1·2심 "부부관계 개선 노력 안 해… 배우자 이혼 의사도 없어"대법 "상대 배우자, 혼인 계속할 의사 있는지 신중히 따져봐야"
  • ▲ 대법원. ⓒ정상윤 기자
    ▲ 대법원. ⓒ정상윤 기자
    이혼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유책배우자라도 부부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면 이혼청구소송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아내 B씨와 2010년 결혼했지만 크고 작은 갈등을 겪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A씨에게 더 있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다. 그러면서도 A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고, B씨와 자녀가 사는 자신 명의의 아파트에 관한 담보대출금 채무를 갚았다. A씨는 딸을 개별적으로 보려 했으나, B씨는 "관계개선이 먼저"라며 집으로 돌아오면 만나게 해 주겠다고 주장해 양측의 견해 차이는 좁혀지지 못했다.

    이에 A씨는 2019년 다시 이혼소송을 냈지만, B씨는 계속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결국 2심에서도 A씨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지난 소송 패소 뒤에도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는 등 혼인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점, B씨가 첫 소송 때와 마찬가지로 이혼 의사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혼인 파탄의 책임이 이혼 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않은 경우 이혼 청구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며 사건을 파기했다. '혼인 계속 의사'를 인정하려면 혼인 유지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대법원은 "피고는 혼인 계속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원고가 먼저 가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를 비난하며 집으로 돌아오라는 요구만 반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혼 거부'가 자신과 미성년 자녀의 생활 보장 등에 따른 우려 때문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 때는 혼인 계속 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상대방 배우자가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처해 법적으로 혼인관계가 유지돼야 연금 등 혜택을 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소송 청구에 관해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 계속 의사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