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월급 2000~6000달러 내걸고 각종 병과 전투병 모집…온라인에 모집공고 수천 건”참전 체첸장병 “러, 약속한 돈 주지 않았다” 주장…파병 당국 “약속한 것보다 더 줬다”전문가들 “러, 정치적 위험 큰 총동원령 대신 ‘그림자 모병’…그래도 전쟁 지속 힘들 것”
  • ▲ 파괴된 러시아 탱크 옆을 지나는 우크라이나 병사.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병력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파괴된 러시아 탱크 옆을 지나는 우크라이나 병사.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병력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병력 부족이 심각한 러시아가 최근 고임금을 앞세워 ‘그림자 모병(Stealth mobilization)’을 진행 중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러, 월 2000~6000달러 급여 제시하며 모병 중…소수민족 주로 지원”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월급 2000달러(약 263만원)에서 6000달러(약 790만원)를 제시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할 장병들을 모병하고 있다. 전쟁 전 러시아군 이등병 월급은 200달러(약 26만 3000원) 선이었다. 현재 병사들 평균 월급은 700달러(약 92만원) 가량이다.

    각 지역 모병사무소가 온라인 구인광고 사이트에 올린 특기병 모병 공고가 수천 건에 달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각 공고는 다양한 전투기술자를 모집한다고 돼 있다. 신문은 “게다가 러시아는 지난 5월 군복무 연령을 40세로 제한한 법을 폐지했다”고 덧붙였다. 모병 연령제한을 없앨 정도로 러시아군이 병력부족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모병 공고에는 ‘우크라이나’라는 단어도 보이지 않는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파병 기간도 3개월이라고 적어놓고 있다. 러시아 인권단체 관계자는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돼 전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인권단체 ‘시민군법’ 관계자 세르게이 크리벤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원입대를 한다”면서 “특히 나이가 많은 지원자들의 경우 대부분 빚을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반전단체 ‘부랴샤 자유재단’의 블라디미르 부다예프 대변인은 러시아군의 모병공고를 보고 지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빈곤에 시달리는 소수민족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당국은 그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도 일자리도 없지 않느냐며 군 복무를 하는 게 돈을 벌기에 더 좋다는 식으로 입대하라 유혹한다”고 부다예프 대변인은 설명했다.

    우크라 참전했다 6주 만에 돌아온 군인들 “약속한 월급 안 주더라”

    신문은 그러나 러시아 당국이 많은 월급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됐다 6주 만에 돌아온 체첸 출신 장병들이 온라인에 올린 영상에 대해 설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장병들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처우가 형편없다고 주장했다. 한 사람은 “러시아 당국이 약속한 월급 2000달러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 사람은 전투 중 몸에 파편이 박혀 있는 채로 돌아왔음에도 고향 병원에서 치료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영상이 퍼지자 체첸 독재정권의 한 관계자가 방송에 나와 “그들은 러시아 당국이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았다”며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신문은 이를 두고 “러시아 당국은 이전에는 이런 불만이 나와도 무시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선 파병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을 우려해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러, 정치적 부담 큰 총동원 대신 ‘비밀 모병’ 선택”

    신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할 병력이 부족한 러시아가 정치적 위험이 큰 총동원령 대신 ‘그림자 모병’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방 진영의 경제제재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모병공고에 자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러시아가 총동원령 없이 얼마나 오랫동안 전쟁을 이끌어갈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고 신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또한 병력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러시아와 달리 열성적인 자원병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더 불리하다는 분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