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 성범죄 수정 양형기준 심의·의결… 양형 기준 강화해 성적 수치심은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법조계 "피해자들뿐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 영향 줄 것" '2차 피해 야기', 합의 시도와 무관하게 피해 발생시킨 경우도 포함
  • ▲ '20개월 의붓딸 학대 살해·성폭행' 20대 계부ⓒ뉴시스
    ▲ '20개월 의붓딸 학대 살해·성폭행' 20대 계부ⓒ뉴시스
    10월부터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행이나 주거침입이 동반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을 대상으로 한 권고 형량이 최대 징역 15년까지 늘어난다. 또 법원이 그간 써온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는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되고, 2차 피해 야기는 일반가중인자에 반영된다. 

    6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가 이같은 내용의 성범죄 수정 양형기준을 심의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선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새 양형 기준에 따르면 친족관계 강간, 주거침입이 동반된 강간, 특수강간의 권고 형량은 가중인자가 있으면 종전 징역 6∼9년에서 징역 7∼10년으로 늘었다. 감경인자가 있을 때 권고되는 형량도 징역 3년∼5년6월에서 6개월 높아져 징역 3년6월∼6년로 변경됐다.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정도로 죄질이 나쁘면 징역 15년까지 선고 가능하다.

    강제추행죄 권고 형량도 1년씩 늘었다.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이나 특수강제추행은 가중인자가 있으면 징역 5∼8년, 주거침입 강제추행은 징역 6∼9년이 각각 권고됐다. 주거침입이 동반된 강제추행에서 피고인 형량 감경 요인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집행유예 없이 실형만 선고해야 한다. 

    다만 청소년 강간죄에서 가중인자가 있을 경우의 형량 범위는 종전(징역 6∼9년)대로 유지됐다. 감경인자가 있을 때에는 종전 3년∼5년6월보다 낮아진 2년6월∼5년으로 수정됐다.

    수정안에는 성범죄 양형 기준 특별가중인자에서 사용하던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은의 변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온당하고 환영할 일"이라며 "그간 (성적 수치심) 같은 표현들이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강제추행죄 성립을 인정함에 있어 다소 기계적으로 적용되며 피해자들에 대한 불이익으로 귀결되는 일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성적 불쾌감'이 피해자가 궁극적으로 느꼈던 바가 무엇인지 보다 취지에 맞고 폭넓게 아우르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향후 수사기관이 일선에서 피해자들의 언어를 유기적으로 적용하고 해석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차 피해' 규정도 변경한다. 법정에서 '2차 피해' 의미로 쓰이던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는 '2차 피해 야기'로 바뀌고 '합의 시도와 무관하게 피해자에게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가 포함된다. 
     
    군형법상 성범죄의 특별가중인자 가운데 '상관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경우'도 수정됐다. '명시적으로 피고인의 직무상 권한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이라는 정의 규정이 붙어 있었는데, 이로 인해 양형인자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해진다는 관계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피고인의 나이가 많을 경우 기존에는 집행유예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일반참작사유로 인정했으나 수정안에서는 이를 삭제했다. 고령의 의미가 불명확한 데다 재범 위험성과 피고인의 고령 여부의 관련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