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사건' 이후 실태조사·대책 마련에 나서변호사 48%, "신변 위협받아 근본적인 해결 방안 마련해야"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제도) 도입 주장
  • ▲ 28일 오전 강남구에 위치한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김관기 변협 부협회장과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서영준 기자
    ▲ 28일 오전 강남구에 위치한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김관기 변협 부협회장과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서영준 기자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사건 이후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절반에 달하는 변호사가 업무와 관련해 신변의 위협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협 사례도 폭언을 넘어 스토킹과 방화, 협박, 살인 위협까지 다양했다. 

    변협은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변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사건'을 계기로 변호사 신변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변협이 사건 이후 회원 변호사 12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변호사 신변 위협 사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8%가 '의뢰인 소송 상대방, 관련 단체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신변을 위협받은 일이 있다"고 답했다. 

    신변 위협 사례로는 폭언 45% (448건), 과도한 연락 등 스토킹 행위 15% (143건), 방화·살인 고지·폭력 등 위해 협박 14% (139건), 폭행 등 직접적·물리적 행사 등 9% (89건), 자해·자살 등 암시 9% (84건), 기타 8% (82건) 순이다. 

    누구로부터 위협을 받았느냐는 질문(복수답변)에는 '소송 상대방'이라는 응답이 38%(309건)로 가장 많았다. '의뢰인' 33%(266건), '의뢰인의 가족·친지 등 지인' 11%(86건), '소송 상대방의 가족·친지 등 지인' 10%(82건) 등이 뒤를 이었다.

    신변 위협 행위가 심각하다고 답변한 변호사들은 72%(862건)에 달했다. 변호사의 90%(1073건)는 앞으로 신변 위협 행위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9일 대구지방법원 인근의 한 법률사무실에 방화사건이 발생해 용의자인 50대 남성을 포함해 7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건설사업에 투자했다 돈을 잃자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잇따라 패소하자 소송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종엽 변협 회장은 "변협은 방화테러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번과 같은 테러가 발생해도 사업주인 변호사는 산재 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공제재단 설립으로 변호사 보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변협은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 대책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또 '법률사무소 종사자 대상 정기 안전교육 실시' '방범·경비업체와 업무제휴' '법률사무소 종사자를 위한 방호장구 공동구매 추진' 등을 계획 중이다.

    이 회장은 또 이날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증거개시제도란 재판 전 양측 당사자들이 가진 증거를 전부 공개해 해당 범위 안에서만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하급심 재판이 더욱 충실해지고 소송 참여자들에게 변호사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