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조국·정경심 재판… 김경록 한국투자 PB 증인 참석조국, 재판 예정시간보다 일찍 모습 드러내… 취재진 접촉 최소화 노린듯
  • ▲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내외의 자산을 관리하는 김경록 전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가 이른바 '조국사태'로 조사를 받을 당시 검찰이 구속 영장을 들먹이며 압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이 압박했다는 최초 증언을 "변호사가 했다"고 말을 바꾸는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나왔다. 신문을 진행하던 검찰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7일 김 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김정곤·장용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부부의 뇌물수수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첫번째 조사 당시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하겠다. 변호사와 나가서 얘기하고 와라'고 검찰이 말했다"며 "변호사는 나에게 '얘기하지 않으면 구속될 것이다. 책상 위에 구속 영장이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 측은 "황당하다"며 "증인은 당시 증거 은닉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때 구속 영장을 친다는 검사의 말을 들었나"라고 재차 물었다.

    김 씨는 "그러면 왜 저에게 변호사랑 나가서 얘기하고 오라고 했느냐"고 되물었고 검찰 측은 "구속 영장을 친다고 얘기한 적이 있나"고 재차 확인했다.

    김 씨는 "그냥 변호사가 '영장이 책상 위에 있으니 증인에게 증거물을 제출하지 않으면 구속될 것 같다'고 했다"며 "저는 그날 구속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증인은 검사가 직접 구속 영장 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방금 증언했다"며 "거짓말 같다"고 했다.

    김 씨는 사건이 있기 전부터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의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조서에 따르면 김 씨는 지인에게 "검찰이랑 싸워야 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고 "싸움이 끝나야 시간이 좀 여유 있나" 등의 답장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김 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정 전 교수가 김 씨와 "검찰에 배신당했다. 집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 있다"는 취지의 대화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이름까지 언급하며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제출한 증거는 조국 내외 자택 PC에서 교체한 하드디스크다.

    김 씨는 2019년 8월 28일 조국 내외 자택 PC의 HDD 2개와 SSD 1개, 정경심 교수실 PC 1개를 숨겨준 증거은닉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그는 정 전 교수의 지시로 자동차와 목동에 위치한 헬스장 라커룸 등에 하드디스크와 PC를 숨겼고, 여기에 조국 내외 자녀들의 입시·학사 관련 비위 혐의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자료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던 중 출석을 기다리고 있던 한 여성 지지자가 접근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던 중 출석을 기다리고 있던 한 여성 지지자가 접근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조국, 취재진 피하려 이른 시각 출석…취재진 질문에 여전히 '묵묵부답'

    이날 조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입구에 포토라인이 설치되기도 전인 오전 9시 20분 법원에 도착했다. 재판 일정이 오전 10시임에도 취재진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찍 출석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법정 입구에서 만난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출석하던 중 한 여성 지지자가 접근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중년의 한 지지자는 취재진에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자녀 관련한 보도는 왜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선 정 전 교수는 조 전 장관 옆에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눴다. 개정 이후 조 전 장관은 말없이 천장을 응시하기도 했다. 정 전 교수는 때때로 증인의 진술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