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IISS “바이든, 중간선거 패하면 대북관여 줄일 듯… 尹 우선순위서도 밀릴 듯”"文정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2019년 하노이 미북회담 이전에 이미 사망" 진단
  • ▲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 만남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 만남 당시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이 미국에 접근하기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접근했으며 이용가치가 없어지자 버렸다는 해외 싱크탱크의 주장이 나왔다. 이 싱크탱크는 미국 민주당이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북관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리고 앞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과 미국은 ‘대화 상대’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집권 전엔 ‘개혁’ 기대... 이후엔 대량살상무기 집중”

    영국의 안보전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SS)’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역내 안보평가 2022’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미국의 대북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큰 반면 중국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보고서는 김정은 집권 직후부터 지금까지 북한 정권에 대한 평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등을 설명한 뒤 “현재 고조되는 미-중, 미-러 간의 긴장관계는 냉전 이후의 지정학적·경제적 질서를 더욱 위협할 것이고, 평양은 결국 이런 상황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김정은이 집권하기 전에는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젊고 새로운 지도자가 집권하면 북한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있었지만 이후 희망은 산산조각이 났다고 평했다. 보고서는 “특히 김정은이 경제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경제 회복을 위한 개혁은 거의 없고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북한이 2022년 3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함으로써 4년 동안 유지했던 ‘핵실험·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파기한 점을 지적한 뒤 “이제 북한의 미사일 목록에는 미국 본토 어디든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ICBM과 기존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위협하는 새로운 무기가 추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은, 트럼프에 접근하려 문재인 이용하고 버린 게 진실”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박하게 평가했다. 보고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실행이 가능하며 이를 소생시킬 일이 필요한 것처럼 주장했지만 실제 이 프로세스는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또는 그 이전에-죽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추진하려 했던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미국은 미지근했고 평양은 시기상조라고 말했으며 오직 중국만 관심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편한 진실은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접근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이용하고 그 뒤에 버렸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과 대북접근법을 혹평했다.

    美민주당 11월 중간선거에서 패하면 대북관여 줄어들 것”

    보고서는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대북관여 의지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에는 민주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바이든 정부가 북한 문제에 관여할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 지정학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서 대북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에게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한편 한미동맹 강화에서는 매우 명확하게 열망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은 하겠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잡기’와 같은 태도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함과 동시에 북한의 위협에는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봤다.

    윤석열 정부가 이처럼 덜 이상주의적이고 현실에 더욱 기반을 둔 정책을 펴게 되면 대북관여를 정책 우선순위에 두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서 대외적인 문제를 더욱 다뤄야 하는 상황”이라며 “북한 문제는 (대북)억지력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우선순위에 오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향후 북한에 대한 중국 영향력 커질 것”

    보고서는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 때문에 향후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의) ‘대화 상대’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북한의 미래는 점점 더 중국이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간헐적 협상이나 대북제재 강화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생산을 막지 못했고 북한 주민들의 번영과 자유 향상에도 기여하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 핵·미사일 활동에 대한 유엔의 ‘단일대오’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며 “강대국들의 연대 붕괴는 북한에게 더 많은 행동의 자유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이 중국의 대북영향력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북한에 더욱 강력한 유인책을 제공하면서 더 유연하게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