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 분석 결과 전후 100일 동안 석유·가스로 930억 유로 벌어132억 유로어치 수입 중국 이어 독일 127억 달러, 이탈리아 82억 달러 러 석유·가스 수입
  • 핀란드 CREA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국 순위. ⓒCREA 보고서 화면캡쳐.
    ▲ 핀란드 CREA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국 순위. ⓒCREA 보고서 화면캡쳐.
    지난 2월24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전쟁이 발발한 뒤 100일 동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제재에도 러시아가 석유·가스·석탄 수출로 930억 유로(약 124조9090억원)를 벌어들였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히 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는 중국 다음으로 러시아산 석유·가스 등을 수입한 나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전쟁 후 러시아 석유·가스의 61%, EU서 사들여”

    AFP 통신과 자유유럽방송(REFI) 등은 핀란드 소재 민간연구단체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가 13일 내놓은 보고서를 소개했다. CREA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쟁 이후 석유·가스·석탄 등을 팔아 930억 유로를 벌어들였다.

    러시아산 석유·가스·석탄 등을 가장 많이 구입한 나라는 중국으로 132억 유로(약 17조7300억원)어치였다. 이어 독일이 121억 유로(약 16조2500억원), 이탈리아 80억 유로(약 10조7400억원), 네덜란드 78억 유로(약 10조4700억원), 터키 67억 유로(약 9조원), 폴란드 44억 유로(약 5조9100억원), 프랑스 43억 유로(약 5조77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CREA는 “이 기간 EU 국가들이 러시아산 석유·가스의 61%(570억 유로, 약 76조5400억원)를 수입한 셈”이라며 이는 에너지 부문에서 EU의 러시아 의존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U·영국·노르웨이·스웨덴 선사들, 제재 중 러시아산 석유·가스 운반

    CREA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 동안 가장 많이 판매한 제품은 원유로 460억 유로(약 61조7700억원) 상당을 팔았다. 이어 가스관 공급 240억 유로(약 32조3200억원), 석유제품 130억 유로(약 17조5050억원), 액화천연가스(LNG) 51억 유로(약 6조8700억원), 석탄 48억 유로(약 6조4600억원) 순이었다.

    러시아산 원유·LNG·석탄 등은 제재를 피해 재설정한 항로로 운반했다. 이를 실어 나른 것은 유럽 선사들이었다. 

    CREA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5월 인도분 러시아산 원유 가운데 68%를 영국·노르웨이·EU 선사들이 운송했다. 그리스 선적 유조선도 사용됐다. 인도와 중동으로 수출하는 러시아산 석유의 80% 이상도 EU·영국·노르웨이 선사들이 운반했다.

    전쟁 중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한 15개 대기업… 韓·日·대만 기업도

    또한 우크라이나전쟁 중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산 석유·가스·석탄을 구매한 대기업들도 있었다. 전쟁이 발발한 뒤 두 달 동안 러시아산 석유·가스·석탄을 구매한 대기업은 23곳이었다. 이 가운데 5월까지도 수입을 중단하지 않은 기업은 15곳이었다.

    해당 업체는 엑슨(미국)·쉘(英-네덜란드)·토탈(프랑스)·렙솔(스페인)·루크오일(러-EU)·네스테(핀란드)·올렌(폴란드)·타이파워(대만)·추부전력(中部電力, 일본)·TEPCO(도쿄전력, 일본)·트리에스테 열발전소(이탈리아)·니폰제철(일본)·포스코(한국)·포모사석유화학(대만)·JFE철강(일본)이었다. TNB(말레이시아)는 오히려 5월 들어 러시아산 제품을 수입했다.

    반면 이들과 달리 5월부터는 러시아산 석유·가스·석탄 수입을 중단한 대기업도 있었다. 큐슈전력(일본)·토호쿠전력(東北電力, 일본)·KEPCO(한국전력, 한국)·현대제철(한국)·스미토모(일본)·미쓰비시(일본)·에나가스(스페인) 등이었다.

    제재에도 러시아 에너지 수출 급증… 5월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

    이처럼 서방의 제재에도 EU 각국과 세계적 대기업들이 러시아산 석유·가스·석탄을 사들이면서 가격도 급등했다고 CREA는 지적했다. 한 예로 지난 5월 러시아산 원유 판매가는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인도·아랍에미리트연합(UAE)·프랑스 등은 러시아산 석유·가스·석탄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고 CREA는 지적했다.

    CREA는 “(EU 등이 사들이는 러시아산 석유·가스·석탄) 대부분은 장기계약이 아닌 현물구매”라면서 “(EU가) 언행일치를 하려면 러시아산 화석연료 전체를 대상으로 금수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미국·EU·영국 등은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지만 석유·석탄·가스 수출은 그대로 두고 있다. 특히 EU는 최근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기존의 3분의 2까지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시한이 올 연말까지다. 독일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 중단도 7월 이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