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거 프랑크 비엔나대 교수 “노동집약적 모내기 때 봉쇄 조치…올 한해 수확에 악영향”헤이즐 스미스 런던대 교수 “北, 2021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식량·가공식품 전무(全無)”
  • ▲ 2017년 5월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 농장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5월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 농장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은 지난 4월 말부터 코로나 확산 예방을 명분으로 전국적인 이동금지 조치와 함께 국경 봉쇄령을 내렸다. 그런데 이 조치가 하필이면 모내기철과 맞물린 탓에 올해 북한의 농작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북한경제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루디거 프랑크 교수 “北, 봉쇄조치로 모내기 지장…대외무역도 현저히 감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전미북한위원회(NCNK)가 개최한 북한경제 관련 온라인 화상회의 내용을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오스트리아 비엔나대의 루디거 프랑크 교수는 최근 북한의 코로나 예방을 위한 봉쇄 및 이동금지가 북한 농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며, 이를 보완할 대중국 무역마저 현저히 감소했기 때문에 올 연말 북한에서 식량부족 사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크 교수는 “(북한의) 모내기에는 집단 노동력이 필요한데 모내기철인 5월에 봉쇄조치(이동금지조치)가 내려져 노동력 동원이 차질을 빚게 돼 올해 전반적인 수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북한 인구의 60% 이상이 영양 부족을 겪고 있는데 주민들에 대한 식량 배급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식량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중국 무역마저 코로나 봉쇄 후 대폭 감소한 뒤 회복이 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우려를 하게 만든다고 프랑크 교수는 덧붙였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해당) 통계에 따르면, 中北무역이 최고치였던 2014년 양국 간 무역액은 75억 달러(약 9조2700억원)였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8억 달러(약 9910억원)로 급감했다. 올해 4월 해관총서 통계를 보면, 대중국 무역이 조금 늘기는 했지만 규모가 1억 달러(약 1240억원)에 불과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프랑크 교수는 지적했다.

    프랑크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는 2022년 (북한의) 수확이 코로나 발병이나 봉쇄 자체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올 겨울 (북한의) 식량 부족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WFP 근무했던 스미스 교수 “北 식량 상황 심각해질 듯…대북제재 풀어줘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북한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영국 런던대의 헤이즐 스미스 교수도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북한의 식량안보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미스 교수는 중국의 2021년 대북수출 관련 통계를 인용해 “2021년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곡물은 전무했고,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밀가루나 콩기름 등의 수입량 역시 2019년과 비교해 각각 10분의 1 미만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스미스 교수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생산은 매년 반복된 가뭄과 홍수 등으로 점점 감소했고 2018년 이후로는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20년 코로나 예방을 위해 국경봉쇄를 한 뒤부터는 외부 식량수입이나 지원도 중단됐다.

    그는 “외부 지원만으로는 영양 부족을 겪는 북한 주민들에게 충분한 식량을 제공할 수 없으므로 북한 스스로 식량 증산을 할 수 있도록 농기계 수입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북한에 산업용 기계 수출을 금지한 2017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유예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美CIA “北, 2020년 식량 86만톤 가량 부족해질 것”

    올해 북한의 식량부족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은 전문가들만 내놓은 게 아니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갱신한 ‘월드팩트북’ 북한 정보에서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86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2~3개월 먹을 수 있는 양이다. CIA는 “코로나 여파 등으로 불거진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북한의 식량안보 취약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1일 “북한 당국이 협동농장 모내기가 부진해지자 코로나 방역조치를 일부 완화하고 주민과 대학생들을 모내기에 총동원하도록 지시했다”는 북한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