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4개 수사권 이달 폐지… 경제·부패는 추후 폐지국민 쪽박, 죄인 대박이라더니… 권성동 "치열한 논의 결과 수용키로" 180도 돌변임무영 변호사 "야합"… 김예원 변호사 "기득권만을 위한 엉터리 중재안" 질타
  •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를 완전히 차단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앞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한마음 한뜻'이었다.

    불과 하루 전까지 "검수완박은 위헌"이라며 총력저지를 다짐했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내용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놓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손에 받아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도 한패"라며 이번 합의를 '야합'으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병석 '검수완박 중재안' 여야 수용

    22일 오전 9시45분쯤 박 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은 민주당이 통과시키려던 검수완박 법안을 사실상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박 의장의 제안은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에 규정된 검찰 수사가 가능한 6대 범죄 가운데 부패범죄·경제범죄만 남기고 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 4개 분야를 폐지하는 법을 4월 안에 처리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되면 남은 2개 분야 범죄 수사도 할 수 없도록 해 단계적으로 검찰 수사권은 완전히 폐지되는 것이다.

    박 의장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며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한시적"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박 의장이 중재안을 발표하자 오전 10시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수용 여부를 논의한 끝에 오전 11시35분쯤 전격 수용 방침을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총 뒤 "의장 중재안에 대해 치열한 논의 결과 우리 당은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의장 중재안은 사실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서너 차례 회동해 합의한 안"이라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좀 다듬고 수정해 다음주 본회의에서 (검수완박법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루 만에 입장 180도 달라진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그동안 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강행처리하려 하자 헌법 12조와 16조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근거로 위헌성을 지적해왔다. 또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등을 검토하며 총력저지에 나설 태세였다.

    권 원내대표 역시 전날까지 검수완박법과 관련해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21일 당의 검수완박 대책회의에서 권 원내대표는 "'국민 쪽박, 죄인 대박법'을 추진하는 유일한 이유는 (문)재인·(이)재명 수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대장동 개발사업 등 대형 권력형 비리 몸통을 은폐하기 위해 검찰의 손과 발을 다 자르겠다는 심산"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2일 오후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병석 의장께서 평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하신 만큼 이번에도 여야의 중재에 적극 나서서 결론을 도출해 줬다"며 "향후 국회에서 국민이 보다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고 피해가 없도록 꼼꼼한 입법적인 보완조치를 통해 뒷받침하겠다"고 다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박 의장의 탁월한 리더십과 혜안으로 이런 여야 간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 정말 감사 드리고 다행"이라며 "결국 여당이든 야당이든 우리 정당은 국민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석 중재안 엉터리… 국민의힘도 한패"

    부장검사 출신인 임무영 변호사는 22일 페이스북에 "'검찰 수사권 2대 범죄 축소' 박병석 중재안, 국민의힘 수용'"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야합"이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중재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1%도 안 되는 권력형 범죄만 '딜'의 대상이고, 99% 서민사건·민생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통제 방안은 전무하다"며 "기득권만을 위한 엉터리 중재안"이라고 비난했다. 

    법률사무소 이세(利世)의 김기수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이제 편할 것"이라며 "(검찰이) 부정부패와 경제범죄 (수사권)만 갖고 있으면 (정치인은) 기득권이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박 의장 중재안과 민주당 검수완박 법안이 뭐가 다른가" "국민의힘도 한패"라는 말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