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美 국무부·국방부·IAEA 전문가들 "北 기술 과소평가하면 안 돼"北, 500~600kg 크기는 이미 성공… 200kg 소형 핵탄두 향해 노력 중”
  • ▲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16일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두고
    ▲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16일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두고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에서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느냐 여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지만, 미국의 전직 고위관리를 비롯한 안보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핵탄두 소형화에는 성공했고, 지금은 미국이나 옛소련 수준의 초소형화에 다다르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피츠패트릭 전 美국무부 부차관보 “北의 핵탄두 소형화 역량 의심해선 안 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1일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에 관한 전직 국무부 부차관보들, 전직 국제원자력에너지구기(IAEA) 사무차장, 군사전문가 등의 의견을 전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이 2006년 첫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 오랜 기간 핵탄두 소형화에 노력해온 만큼 그 역량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이 그동안 저위력 소형 핵무기를 개발 중이라고 공언해왔고, 여섯 번의 지난 핵실험 가운데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북한의 기술역량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100㎏ 안팎까지 소형화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직경 0.9m, 중량 500~600㎏ 정도의 핵탄두, 즉 스커드나 노동 등 이미 보유한 미사일에 장착할 정도의 핵탄두 소형화에는 성공했을 것으로 평가했다.

    “美, 오래전부터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 평가”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및비확산담당 수석부차관보 또한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와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핵탄두 기술이 폭발력과 크기를 얼마만큼 소형화할 수 있는지 확실히 알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미국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북한이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평가해왔다”고 말했다.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가 말하는 ‘소형화’의 기준은 지름 1m 미만, 무게 600㎏ 수준부터 현재 미국 수준의 핵탄두 소형화까지 폭이 넓었다. 미국은 1963년 이미 155㎜ 구경 견인포에서 쏠 수 있는 핵포탄 W-48을 만든 바 있다.
  • ▲ 2016년 3월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업체 시찰. 김정은 앞에 보이는 것이 핵 기폭장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3월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업체 시찰. 김정은 앞에 보이는 것이 핵 기폭장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밴 디펜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미국과 같은 수준의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에는 회의적”이라며 “북한이 그런 방향으로 진전을 이루려면 추가 핵실험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밴 디펜은 그러면서 최근 북한이 ‘전술핵’을 언급한 사실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움직임이 관측되는 것이 흥미롭다고 언급했다.

    “北의 핵탄두 중량 200kg 향해 노력”

    미국의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사무차장은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핵무기 소형화 개발을 해왔을 것”이라며 “핵탄두 소형화가 가능해지면 소량의 핵분열 물질로도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고, 다탄두 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운반수단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로는 200㎏ 수준의 중량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 작은 크기의 폭탄 안에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HEU) 같은 핵물질을 넣고 수축압력을 가해 기폭시켜 핵분열 또는 핵융합을 일으켜야 하는 데다 핵탄두의 범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경도 줄여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핵탄두를 소형화하려면 모든 구성요소를 새로 설계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고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설명했다.

    “北, 선제타격용 전술핵 역량 강화로 전략 수정 중”

    미국 미들버리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북한 관영매체가 2016년 3월 보도한 소형 핵 기폭장치에 주목했다. 

    “당시 사진을 보면 기폭장치 직경은 약 60㎝로 KN-23이나 KN-24 같은 단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할 만큼 작았다”고 지적한 루이스 소장은 “북한의 스커드미사일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루이스 소장은 김정은이 전술핵을 장착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북한의 핵전략 변경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미국에 대한 핵 억지력(장거리탄도미사일)을 보유하는 한편 유사시 한국과 일본의 미군 병력을 선제타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 역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루이스 소장은 김정은이 지난해 1월 제8차 노동당대회 연설에서 전술핵무기 개발을 우선순위 과업으로 언급했고, 이후 북한이 제시해온 핵전략이 일치한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김여정은 최근 대남 담화에서 “남조선이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면 우리의 핵 전투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했고,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16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발사한 이튿날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을 강화하는 데 큰 의의를 갖는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