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민주당→ 무소속으로 바꿔 안건조정위 참여… 의결정족수 채우겠다는 것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 상정권… '검수완박 4월 민주당 단독 처리'에 부담감
  • ▲ 양향자 무소속 국회의원. ⓒ뉴데일리DB
    ▲ 양향자 무소속 국회의원. ⓒ뉴데일리DB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의 캐스팅보트인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양 의원의 돌발행동에 민주당은 법사위 소속인 민형배 의원을 임시로 탈당시켜 무소속 신분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홍근 "반대 입장문, 양향자 본인이 작성한 것"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저도 이 문제와 관련해 확인해봤는데 (양 의원) 본인이 아직은 공표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며 "본인이 아마 내부적으로 주변 분들에게 자문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아직은 그것을 공식화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인은 그런 생각이 있으나 고민을 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19일 양 의원의 이름이 적시된 성명문이 SNS를 통해 떠돌기 시작했다. 성명문에는 "이번 법안은 한국 사법체계의 근간을 재설계하는 입법이다. 만약 오류를 일으킨다면 국민의 삶에도, 민주당의 미래에도 해악이 될 것"이라며 "저는 국가 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라 이번 법안에 따르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명문이 화제가 되면서 실제로 양 의원이 작성한 것인지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됐지만, 박 원내대표가 20일 직접 양 의원이 작성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양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양 의원의 속내가 드러나자 민주당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이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막힐 것에 대비해 지난 7일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사·보임하도록 했다. 

    당초 무소속 의원이 없던 기존 법사위에서는 안건조정위를 구성할 경우 민주당 3인, 국민의힘 3인으로 꾸려져 4월 안에 법안 통과가 불가능했다. 민주당이 의결정족수인 3분의 2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 자당 법사위원 탈당 후 안건조정위 참여 논의

    그런데 무소속인 양 의원이 법사위로 오면서 안건조정위를 민주당 3인, 국민의힘 2인, 무소속 1인으로 꾸릴 수 있게 됐다. 민주당으로서는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의 안건조정위 참여를 통해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예상과 달리 양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 최장 90일 동안 진행되는 안건조정위에서 시간이 지체되면서 4월 본회의 통과는 물 건너가게 된다.

    민주당은 양 의원이 끝내 반대 의사를 접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다른 방법을 찾았다. 민주당은 법사위 소속 자당 의원 1인을 탈당하게 한 후 무소속 신분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 소속인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20일 탈당을 결행하면서 무소속 신분이 됐다. 민주당 사무처 관계자는 "민 의원이 탈당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양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하더라도 무소속인 민형배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참여시켜 의결정족수를 채우겠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만약 안건조정위로 가게 된다면 무소속 한 분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양 의원이 고민하고 있다면 그것은 또 본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 따른 대책도 다 준비돼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 이유다.
  • ▲ 박병석 국회의장. ⓒ뉴데일리DB
    ▲ 박병석 국회의장. ⓒ뉴데일리DB
    민주당의 한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퍼즐로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것"이라며 "4월 국회 통과를 위해 사·보임이 필요 없는 법사위원 중 한 명이 임시로 탈당해 안건조정위 방어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안"이라고 말했다. 

    안건위 넘어서도 박병석 설득해야… "산 넘어 산"

    하지만 민주당이 이 같은 방법으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더라도 검수완박 법안의 본회의 상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야 할 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이 검수완박 법안 4월 처리, 특히 민주당의 단독 처리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박 의장은 이날 오는 23일부터 5월2일까지 예정됐던 해외출장을 보류했다. 7일 이상 국회의장이 자리를 비울 경우 본회의 사회권은 제1당 소속 국회부의장이 행사하는 것이 국회 관례인데, 박 의장이 출장을 보류하고 검수완박 법안을 직접 조정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호남지역의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양향자 의원은 설득의 과정을 통해 변화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박병석 의장께서는 야당과 합의, 계속된 협상을 강조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결국 이게 가장 큰 산이다. 산 넘어 산인 셈"이라고 한탄했다. 

    게다가 박 의장은 이미 지난해 8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언론중재법을 상정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당시 박 의장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겠다고 버텼고, 본회의를 무산시켰다. 

    이를 두고 초선 의원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박 의장을 향해 "역사에 남을 것. GSGG"라고 했다가 욕설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