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내각 권력쟁탈전...이승만은 차원이 달랐다각료 과반수 요구한 한민당, 거절되자 반정부투쟁이승만 "일당독재 반대, 거국 통일정부 세워야"
  • ▲ 이화장 뒤편의 별채 조각당ⓒ뉴데일리DB
    ▲ 이화장 뒤편의 별채 조각당ⓒ뉴데일리DB
    ●밀실의 정부 만들기---이화장 '조각당' 이야기

    윤석열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느라 연일 하마평이 보도에 오르내린다.
    한덕수 총리후보를 지명해놓고 각부처 장관을 고르는 작업이 한창인 모양이다. 더구나 새 정부는 좌파세력의 적폐를 청산하라는 국민들의 ‘정치교체’ 요구가 거세었으므로 ‘국정 정상화’라는 ‘혁명적 과업’을 수행할 인물 찾기가 지난한 분위기, 게다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정국을 돌파해야 하는 만큼 인선의 고민은 더 크리라.

    ◆현대 정치사에서 74년전 대한민국 건국 내각의 조각만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었던 사례도 드물 것이다. 1948년 7월20일 국회에서 간접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되어 24일 취임식을 마친 이승만은 이화장(梨花莊) 뒤편 언덕의 조그만 별채에 틀어박혔다. 비밀을 유지하려 방문객도 사절하고 필요한 사람만 불러 인선을 의논했다. 
    가장 중요한 협의 상대는 한국민주당(이하 한민당)이다. 그 대표 김성수(仁村 金性洙) 일행도 조각당(組閣堂)에 들어섰다.(별채 이름을 ‘조각당’으로 붙인 것은 뒷날 일이다).
    김성수의 요구는 이승만이 예상한 대로였다. 국무총리와 장관 6명을 달라는 것. 당시 내각은 총리와 무임소장관 2명을 포함하여 14명, 그러니까 김성수는 내각의 절반을 한민당이 맡아야 한다고 작정했던 것이다. 장시간이 흐른 뒤에 조각당을 나선 김성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사라졌다.
    그때 보도된 한민당의 짤막한 성명은 이렇다. “우리 당은 오늘부터 이승만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야당이 될 것이니…”
    이것이 한국 야당의 10년에 걸친 '이승만 독재 반대투쟁'의 시발점이 될 줄이야.
  • ▲ 부통령시절의 김성수와 대통령 이승만.
    ▲ 부통령시절의 김성수와 대통령 이승만.
    ★무슨 일이 있었던가. 결론적으로 이승만은 김성수의 요구를 물리쳤던 것이다.
    국무총리에 김성수 대신 북한출신 국회의원 이윤영 목사를 지명, 국회인준을 요구하였다. 국회는 즉각 부결시킨다. 
    이승만은 재차 이윤영 총리인준을 요구한다. 국회는 또 거부한다. 이승만은 격렬한 국회성토 성명을 내고 독립군 장군 이범석을 지명한다. 국회는 마지못해 인준한다. 
    김성수는 이범석 총리에게도 장관6명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재무장관 김도연’ 1명만 수용된다. 이럴 수가… 
    그러자 김성수의 신문 동아일보는 1면 머리에 특별사설을 싣는다. 한마디로 내각 규탄과 개각을 촉구하는 사설이다.
     “유능한 인재들이 널려있거늘 어찌 이를 외면하고 약체내각 무능내각, 무명의 졸속내각을 만드는가. 대통령은 이제라도 과오를 깨닫는다면 그 개선은 빠를 수록 좋다.” 
    동시에 한민당은 즉각 ‘개헌’을 준비한다. 
    얼마전 7월17일 선포한 건국헌법은 한민당이 내각제로 만든 것을 이승만이 대통령중심제를 고집하여 이를 받아들인 것이 실수, 뒤늦게 후회한 한민당 요인들은 김성수 집에 모여 내각제로 되돌리는 개헌안을 모색한다. 
    동아일보는 ‘국회의 개헌 움직임 활발’이란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보도한다.
    8월15일로 예정된 건국 선포식을 일주일 앞둔 때의 이야기이다.


  • ▲ 1948년8월15일 출범한 대한민국 건국내각 각료들. 이승만 대통령등 14명이 중앙청앞에서 기념촬영.ⓒ뉴데일리DB
    ▲ 1948년8월15일 출범한 대한민국 건국내각 각료들. 이승만 대통령등 14명이 중앙청앞에서 기념촬영.ⓒ뉴데일리DB
    ◆그러면 이승만은 왜 그랬던가. 해방후 국내조직도 없이 단신으로 활약한 이승만을 물심양면으로 적극 도와준 김성수와 한민당에 보답해야 할 대통령 아니던가. 
    이승만의 주장을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민족사 5천년의 전제주의를 벗고 일제식민주의 40년을 청산하는 최초의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정부는 ‘거국내각’이라야 한다. 특히 우리가 통일을 대비하여 북한 국회의원 몫으로 100석을 남겨둔 상황에서 국무총리는 반드시 북한출신 지도자가 맡아야 북한동포를 포용할 수 있다.
    둘째, 자유민주공화주의 체제에서 특정정당이 정부를 과점하는 ‘일당독재’ 체재는 자기모순이다.
    셋째, 3.1독립정신의 법통을 구현하는 대한민국은 독립운동가들이 일단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 
    넷째, 유엔감시 총선을 통하여 세운 정부는 유엔의 힘으로 독립한 것이나 마찬가지, 조속히 유엔의 ‘정부승인’을 받으려면 국제적 인식에 부합하는 ‘탈일본 정부’가 되어야 한다. 국내파는 일제 치하에서 고생했지만  앞으로 적재적소에 기용할 터이니 때를 기다리기 바란다. 
    ★이승만시대 12년과 박정희시대 18년이 이룩한 대한민국의 기적, 정착될 줄 알았던 민주화-산업화의 선진국 신화는 스탈린의 분단체제가 살아있는 한 뿌리내릴 수 없는 일인가. 
    친북세력의 잇따른 집권 후유증은 앞으로 5년간 얼마나 정상화될 것인지, 어느  때보다 자유국민들의 힘이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