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다자 안보체제 세워진다면 중립국·핵보유 포기 선언…돈바스·크름반도 문제는 협상”러 “먼저 키이우·체르니히우 지역 군사활동 대폭 축소…러-우크라 정상회담도 신속히 추진”터키 “지금까지 평화협상 중 가장 큰 진전”…美 “말과 행동 다른 러 발표에 속아서는 안 돼”
  • ▲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5차 평화협상에 앞서 레제프 아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환영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5차 평화협상에 앞서 레제프 아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환영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상이 진전을 보였다고 외신들이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다자 안보체제가 세워질 경우 중립국 및 핵보유 포기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의 군사 활동 축소, 우크라이나와의 정상회담 추진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는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며 경계했다.

    우크라 “집단 안전보장 체제 성립되면 중립국·비핵화 국가 선언할 것”

    AP통신과 러시아 타스 통신, 인테르팍스 통신, 터키 아나돌루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은 29일(이하 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제5차 평화협상을 가졌다. 협상 후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다국적 안전보장체제가 갖춰진다면 중립국화는 물론 핵무기 보유 포기 선언, 외국군의 전력배치 금지 등을 이행할 것을 러시아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대표단을 이끈 다비드 하라하미야 국민의종(우크라이나 집권당) 대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터키, 이스라엘, 폴란드, 캐나다. 이탈리아 등 5개국이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체제를 확보해 줄 나라로 꼽았다. 이 국가들의 지지를 통해 안보체제를 만들면, 비핵화 선언과 함께 중립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다만 안보체제를 통한 중립국화에 앞서 먼저 국민투표 실시 등 국내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단 일원인 올렉산드르 찰리 전 우크라이나 외무차관은 “(안보체제 구성의) 핵심 요건은 나토 헌장 5조(집단방위체제)와 내용·형식이 비슷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 안보 체제”라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온전함과 안보를 외교적 수단으로 재건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름반도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향후 15년 동안 협상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이 독립을 주장하는 돈바스 지역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러 “키이우·체르니히우서 군사활동 대폭 축소…러-우크라 정상회담 추진”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제안을 진진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만 하지 않는다면 유럽연합(EU) 가입에 반대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협상단을 이끈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명확한 입장을 제시했다. 관련 내용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검토를 거쳐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이어 “우리는 이와 함께 정치·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2가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체르니히우에서의 군사 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동안 “의미가 없다”며 러시아 측이 거부했던 양국 정상회담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이번 조치가 휴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최소한 이렇게 갈등을 점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게 우리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키이우와 체르니히우에서의 군사 활동 축소가 어떤 것인지는 곧 러시아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 “협상 시작 이래 의미 있는 진전”…美 “러 발표에 속으면 안 돼”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5차 평화협상을 중재한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평화협상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며 “공통의 이해에 대해 의견일치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냈다고 관영 아나둘루 통신이 전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어 “오늘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정상회담도 의제에 올랐으며, 조만간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경계했다. 중동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9일 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 외무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말로 하는 것이 있고 행동으로 하는 것이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행동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러시아 측의 발표를 경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왜냐하면 미국은 러시아의 진지함을 보지 못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상이 효과적인 방식으로 진전되는 중이라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도 정례브리핑에서 “누구도 러시아의 발표에 속아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키이우를 둘러싼 병력의 움직임이 철수가 아닌 재배치라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휴전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러시아 측의 발언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