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법무부 업무보고 30분 전 기자회견 열고 업무보고 거부박범계, 전날 기자간담회 열고 윤석열 공약에 반대 의사 표시"검찰이 수사 많이하면 좋을까?" "예산 독립보다 공정성" 어깃장"퇴임할 장관이 업무보고 전날 정면 반대"… 인수위, 황당 반응
  • ▲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인 이용호·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왼쪽부터)이 24일 오전 삼청동 인수위 브리핑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오승영 기자
    ▲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인 이용호·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왼쪽부터)이 24일 오전 삼청동 인수위 브리핑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오승영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4일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유예하기로 했다. 사상 초유의 업무보고 거부사태는 전날,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직접적으로 반대하면서 발생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인 이용호·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삼청동 인수위 브리핑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사실상 거부했다.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불과 30분 앞둔 상황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이다. 

    인수위 "서로 냉각기 갖고 숙려 시간 필요"

    이들은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 명의의 기자회견문을 내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 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오늘 오전에 예정되어 있던 법무부 업무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이들은 "서로 냉각기를 갖고 숙려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른 시간에 법무부에 업무보고 일정의 유예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후속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박 장관을 비판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삼청동 브리핑실에서 "근원적으로 지난 5년간 벌어진 권력형 비리 수사가 재개돼, 권력형 부정부패의 실상이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는 셀프 은폐 시도로 비춰질 수 있다"고 비난했다.

    박 장관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책임행정 원리에 입각해 있다"며 "아직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수사 범위 확대와 관련해서는 "수사를 많이 한다고 해서 반드시 검찰에 좋을까.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의 예산 편성권과 관련해서도 박 장관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사실상 반대 견해를 표명했다.

    윤 당선인은 줄곧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수사 범위 확대, 검찰 예산 독립 등의 공약을 통한 검찰 독립성 강화를 주장해왔다.

    현직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취임을 앞둔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인수위 내부에서도 박 장관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29일 재보고 받을 듯… 안철수 "박범계, 부적절했어"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업무보고 전날 현직 법무부장관이 저런 식으로 나오는 일이 있었느냐"며 "인수위 차원에서 문제점을 인식하고 안철수 위원장께도 관련 보고를 드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들의 법무부 업무보고 유예는 윤 당선인의 의중과는 별개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 앞에 마련된 천막 기자실에서 "어제 박 장관께서 말씀하신 그때부터 사실 내부에서 논의를 했다"며 "현 정부 법무부장관이 새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국민을 위해 정권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되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유상범 의원도 기자회견 직후 "업무보고 연기는 전적으로 저희 인수위원들의 협의에 의해 결정됐다. 당선인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수위 측은 오는 29일쯤 다시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닷새간 법무부가 의견을 정리할 시간을 준다는 취지다. 

    유 의원은 "법무부가 입장을 재검토해서 시간을 가지고 다음주 화요일에 재논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법무부가 어떤 입장으로 업무보고에 참여할지는 저희가 판단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