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2020년 3월 정영학과 대장동 비용 정산 논의… "대법관님하고, 사람 봐서 일해"남욱 "金, 2019년부터 권순일에 50억 준다고 말해… 李 재판 뒤집도록 부탁했다 말했다"권순일 "전혀 사실무근, 그 당시 김만배 본 적도 없다"… 김만배 측 "과장된 이야기" 일축
  •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강민석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강민석 기자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대법관에게 로비를 한 정황이 '정영학 녹취록'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대법관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법 위반사건을 무죄로 뒤집도록 부탁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씨가 관계를 맺은 대법관은 2020년 9월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됐던 권순일 전 대법관으로 추정된다. 2020년 6월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사건의 무죄 파기환송을 주도한 권 전 대법관은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김만배 "대법관에 물어보니"… 정씨 추정 인물, 대법관 위에 '권순일' 표기

    2일 조선일보는 '정영학 녹취록'을 인용, 김씨가 2020년 3월24일 오전 판교의 한 커피숍에서 정씨를 만나 대장동 사업의 비용 정산과 수익 배분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정씨는 "제가 지난번에 차등배당을 했던 이유가 이겁니다"라며 구체적 내용을 설명했고, 김씨는 "그런데 차등배당은 나중에 시빗거리가 돼서 세무 정리해야 되겠지만, 내가 대법관한테랑 물어보니까 이것도 금액에 상한선이 없는 거고. 응"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은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인근 부지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김씨가 "오리역이나 하자니까. 그리고 성남은 우리 땅이야"이라고 말하자 정 회계사는 "혼자, 혼자 계시는 건가요? 요즘 조용해요"라고 근황을 물었다. 이에 김씨는 "아니다. … 대법관님하고. 사람 봐서 일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녹취록에는 정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대법관님' 위에 '권순일'이라고 자필로 적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눴던 시기는 김만배 씨가 당시 현직이던 권순일 전 대법관을 만나기 위해 대법원을 드나들던 때다.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10월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7월16일부터 2020년 8월21일까지 아홉 차례 대법원을 방문했다. 김씨는 방문지로 '권순일 대법관실'을 여덟 차례 적었다. 김씨는 정 회계사와 이런 대화를 나누기 19일 전인 3월5일부터 대법관실을 일곱 차례 찾았다.

    남욱, 검찰서 "권순일에 이재명 사건 뒤집힐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천화동인4호 소유주인 남욱 씨로부터 "(김만배 씨가) 2019년부터 권 전 대법관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선거법 위반사건에서 대법원에 들어가 권 전 대법관에게 부탁해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김씨가)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당시 2018년 경기지사선거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었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2020년 7월16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는데, 이 과정에서 권 전 대법관이 3~4가지 무죄 논리를 펴며 결론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지난해 12월 말 권 전 대법관을 소환조사한 이후 추가 조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는 상태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과 중앙지검 수뇌부가 이 후보와 직결되는 '재판거래 의혹' 수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순일·김만배, 관련 의혹 부인

    해당 진술과 관련, 권 전 대법관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전혀 들어보지 못한 소리이고, 그 무렵(2020년 3월) 김만배 씨를 본 적도 없다"고 조선일보에 밝혔다. '50억 클럽'과 관련해서도 권 전 대법관은 "저 자신은 알지 못하고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중앙지검은 "녹취록이나 조서 내용은 확인해 주기 어렵고, 사실관계 확인이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남 변호사 측은 "사실관계 확인은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배 씨 측은 "과장된 이야기일 뿐"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