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변호사 사무실서 근무하다 2010년 성남시장 비서실 7급 취업'실무경력' 필요한 해외홍보·외빈의전 담당… 배씨, 외국어 자격증 확인 안 돼2018년 경기도 5급 사무관 임명… 담당 업무 불투명, 책상도 컴퓨터도 없어국회 소통 맡았다지만 국회 출입증 없어… 경기도 "국회 안 가도 업무 지장 없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대응특위 오미크론 대응 긴급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대응특위 오미크론 대응 긴급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배모 사무관은 성남시장선거 때 만나 오랜 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다. 오랜 인연이다 보니 때로는 여러 도움을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 김혜경 씨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이른바 '황제 의전'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며, 자신의 심부름을 도맡았던 배소현 씨와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배씨는 1976년생으로 이 후보가 변호사를 하던 시절, 변호사사무실에서 경리업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청을 거친 그는 이 후보가 경기지사가 되면서 경기도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는데, 경기도는 그의 직책과 직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힌 바 없다. 

    배씨가 현재는 없는 직무를 맡고 있다는 말도 있다. 여기에 배씨가 근무한 총무과에서도 그의 얼굴을 본 사람이 없고, 그가 사용한 책상도 없었다는 제보도 있다. 배씨의 실체와 행적에 관한 의문이 커지는 대목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배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2010년 9월 성남시 비서실(7급 별정직)에 들어갔다. 배씨는 '시정 해외홍보와 내방 외국인 의전' 업무를 맡았는데, 이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생긴 업무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성남시 정가에서는 배씨의 정확한 업무나 채용 과정 등에 의문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았다. 2012년 2월 열린 제183회 성남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박완정 전 시의원은 "이분(배씨)이 외국인 의전을 1년에 몇 회나 담당했는지 등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덕수 전 시의원은 "외국어 실력을 평가하는 자격증이나 점수가 나온 게 있으면 제출해 달라"고 했다. 당시 사정에 밝은 성남시의원들은 "성남시에 배씨의 외국어 자격증 등을 제출하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의회 "배씨가 외국인 의전 몇 회 했는지 자료 제출하라"

    배씨는 성남시청에 근무하며 2년마다 임용시험을 치르고 계약을 연장했다. 2017년 제5회 성남시 임기제공무원 임용시험 시행계획 공고에는 당시 배씨가 지원했던 '해외홍보·외빈의전' 분야 필수 요건으로 실무경력을 요구했다. 각 행정기관 등에서 영어 우수능력자로서 해외홍보·외빈의전 업무 등 관련분야의 실무경험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남시 관계자는 이 같은 시정질의에 "배씨의 외국어 자격증 제출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해외 기업에 근무한 경력은 확인됐다"고 밝혔다.

    "외국인 관련 업무는 국제협력부서가 담당"

    현재 성남시 비서실에는 '외국인 의전 담당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지자체 비서실에도 해당 업무와 관련 "전담 직원을 둘 성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관련 업무는 국제협력부서에서 주로 담당한다.

    배씨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서 2018년 8월 경기도청 총무과 5급 사무관으로 임명됐다. 배씨의 담당 업무는 '국회 소통 및 국외 의전'이었다고 한다. 

    전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은 "국회 소통 업무는 경기도 서울사무소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안다"며 "해당 업무는 총무실 직원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들은 배씨의 자리가 어디인지조차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무과 의전팀 직원은 중앙일보에 "사무실이 좁아 배씨는 신관에서 일했다"면서도 "어디서 일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박수영 "총무과에서 배씨 얼굴 본 적 없고 책상도 없었다는 제보"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지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이 후보 측에 "배씨는 총무과에서 얼굴도 본 적 없고, 책상도 컴퓨터도 없었다는 제보가 있다"며 "배씨가 총무과 어느 자리에서 어느 컴퓨터를 썼는지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박수영의원실에 따르면, 국회 사무처는 배씨에게 국회 출입증을 발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이 후보 측은 "배씨는 경기도청에서 대외협력업무를 담당해 국회를 드나들지 않아도 업무에 지장이 전혀 없었다"는 견해를 밝혔다.

  • ▲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소현 씨의 결혼식 사진. ⓒ독자 제공.
    ▲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소현 씨의 결혼식 사진. ⓒ독자 제공.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제보자 A씨에게 심부름을 지시한 인물의 행적이 정확히 알려진 바 없고, 얼굴조차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다는 말이다. 

    배씨가 이 후보 뒤에서 비서 역할을 할 뿐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 비서실 부실장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이재명 그림자' 정진상과 흡사… 도청에 정진상 사진도 없었다

    정 부실장은 '이재명의 그림자'라고 불리지만 경기도청 내에서는 정 부실장이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고, 일부 중앙언론과만 접촉할 뿐 도내 지역언론과는 마주하는 일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의원 측은 지난 1월 뉴데일리에 "보통 도청에 가면 비서실 직원들 자리 배치도에 사진을 붙여 복도에 걸어 놓는데, 2020년 9월 국정감사 때 경기도청을 찾았을 때나 그 이후에도 정진상 부실장의 사진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현지 전 경기도 비서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 전 비서관은 2000년대 초 성남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이 후보와 연을 맺은 이후 2010년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되자 인수위원회 간사로 활동했다. 이후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뒤에는 경기도 비서실에서 일하다 이 후보 대선 캠프로 옮겼다.

    '이재명 최측근' 김현지 전 비서관도 얼굴·직무 등 알려진 바 없어

    김 전 비서관은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수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을 비롯해 비영리 단체 '성남의제21실천협의회(성남의제21)' 사무국장 시절 12년간 성남시로부터 약 18억원을 받았다는 특혜 의혹을 받았다. 

    또 이 후보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한 성남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출신으로부터 이 후보에게 건넬 돈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비서관 역시 오랜 기간 이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했음에도 얼굴이나 직무 등이 명확히 알려진 바 없다. 이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던 김 전 비서관은 현재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개탄했다. "정진상 부실장이나 배소현 씨나 책상도 필요없는 일을 하고 다녔던 것 아니냐"는 질타다. 

    황 평론가는 "도대체 무슨 나쁜 짓을 했기에 그렇게 숨어야 했나"라며 "진실은 이재명 후보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