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정영학 대화… "성남은 우리 땅, 오리역 사업은 무조건 내가 할 거야"김만배 "은수미 재판이 이렇게 돼 오리역 사업에 차질… 내 말 안 들어서 그래""성남시 주택국장· 도시계획국장 만나 계획 짜고 있다"… 은수미 측 "김만배 모른다"
  • ▲ 김만배 씨가 지난해 1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 김만배 씨가 지난해 1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시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대장동 사업 이후 성남시 오리역 인근 부동산 개발사업을 계획한 정황이 '정영학 녹취록'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만배 씨와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는 "(은수미) 당선무효형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등의 대화를 나눠 은 시장과 모종의 관계를 맺은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용도변경 등 각종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장의 현안을 적극 챙기고, 성남시 공무원들과 접촉한 정황도 담겼다. 

    김씨와 정 회계사의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오리역(수도권전철 수인·분당선) 인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오리사옥 부지를 염두에 둔 개발계획을 이야기했다고 한국일보가 21일 보도했다.

    김만배 "대장동 같은 도시개발사업 진절머리… 성남은 우리 땅"

    신문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12월23일 정 회계사에게 "'이쁜 처녀(LH 오리사옥 부지 지칭)'에 꽂혀 있다"며 "(대장동 같은) 도시개발사업은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2020년 3월24일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알렸다. 김씨는 "LH가 층수 올려 달라는 것도 형(김만배)이 시청에서 거부(하게) 해 놨다"며 "오리역 사업은 (내가) 무조건 할 거야"라고 강조했다. 김씨는이어 정 회계사에게 "내가 구박하더라도 거머리같이 붙어라. 성남은 우리 땅이야"라고 지시했다. 

    이에 정 회계사는 "(자금 조달) 구조는 완벽하게 짜 놨습니다"라며 대장동 사업을 함께한 하나은행 측과 금액을 맞추기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분당의 초역세권 부지에 주거 가능한 오피스텔 건축사업을 벌여 수익을 거두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씨는 LH 오리사옥과 관련 "우선 층고를 한 20층 넘게..."라고 자신의 계획을 밝혔고, 정 회계사는 "오피스(사무용 건물)로도 승부가 난답니다"라며 은행권의 수익성 평가를 전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씨는 "오피스?"라고 되물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울러 김씨는 "영학이하고 하나로마트 (부지 사업) 할 거다"라며 LH 오리사옥 건너편에 자리한 하나로마트 부지 개발계획도 밝혔다. 해당 부지는 성남시가 임대한 땅이다.

    "화천대유에 빌린 돈 갚으려면 800억원 넘게 필요해"

    오리역 사업수익으로 화천대유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2억원을 청산하려는 뜻도 밝혔다. 2020년 7월27일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내가 회사에 빚진 게 400 얼마인데, (세금 등을 감안해) 다 갚으려면 800억원이 넘(게 필요하)더라"며 "돈도 없어서 영학이하고 사업 하나 해야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김씨는 오리역 사업을 위해 은수미 성남시장을 포섭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LH 오리사옥과 하나로마트 부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묶여 성남시 도시계획 조례상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어 오피스텔 등 사업을 위해서는 '주거 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야 했기 때문이다.

    은수미 재판 관련해서는 "당선무효형 아닐 정도로만 하면 돼"

    신문은 해당 녹취록에서 은 시장 재판 관련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고 전했다. 2020년 3월13일 김씨는 정 회계사와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조금 힘써서 (은수미 시장이) 당선무효형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기여도 많이 했는데"라고 맞받았다.

    2020년 3월24일에도 김씨는 "오리역(사업)을 하기 위해 착실히 준비했는데 은수미 시장 재판이 이렇게 된 마당에 차질이 왔다"며 "내 말을 안 들어서 그래"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같은 해 2월6일 은 시장은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2020년 3월31일에도 은 시장 재판을 언급하며 "대법원 가면 100% 당선무효일 거야. 그런데 임기는 채워 줄 거야"라고 전망했다. 2020년 5월7일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 은 시장 아웃(당선무효형 확정)에 대비해 지방선거 전에 (판결이) 결정 나게 할 것"이라며 "형(김만배)의 소스가 누구냐. 1번 김용(민주당 선대위 부본부장), 2번 최윤길(전 성남시의장), 3번 조OO"라고 말했다.

    2020년 7월9일 대법원은 은 시장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했고, 은 시장은 이후 벌금 90만원을 확정받아 시장직을 유지했다.

    성남시 공무원 접촉 정황… 은수미 측 "김만배 모른다"

    다만 은 시장 측은 한국일보에 "은 시장은 김만배 씨를 모른다"고 밝혔고, 성남시 관계자 역시 "(시장) 일정을 찾아 봐도 김만배 씨 관련 사항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오리역 사업을 위해 성남시 공무원들과 접촉한 정황도 담겼다. 김씨는 2019년 12월23일 "L 주택국장과 K 도시계획국장을 만나 다 계획을 짜고 있다"고 했고, 2020년 7월6일에는 "(시의회) 의원들 로비는 (시)의원 통해서 해야 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