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업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넣자" 3차례나 제안… 임원들이 반영 안 해'사장님께 드리는 호소의 글' 유가족이 공개… '임원'이 누구인지는 안 밝혀
  •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에서 경찰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에서 경찰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너무나 억울하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 부분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경의 조사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유족이 김 처장의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김 처장이 생전에 작성한 편지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자는 제안을 3차례 했지만, 임원들이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처장의 동생 A씨는 19일 김 처장이 작성한 '사장님께 드리는 호소의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공개했다. 노트 2장 분량의 이 편지는 변사사건 수사를 위해 경찰이 확보했던 것으로, 유족 측이 돌려받은 뒤 공개한 것이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 제안했는데 임원들은 공모 지원서에 따랐다"

    김 처장은 "대장동 관련 사업에 대해 일선 부서장으로서 일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금번과 같은 일들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저는 지난 10월6~7일 양일간 중앙지검에서 참고인조사를 받았고 10월13일 세 번째 참고인조사를 받았다"고 밝힌 김 처장은 "그러나 회사의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지원해 주는 동료들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 처장은 그러면서 "저와 우리 직원 실무진들이 자문 변호사를 통해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수차례 제안했으나 임원들이 이를 묵살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너무나 억울하다"며 "회사에서 정해준 기준을 넘어 초과이익 부분(환수 조항)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도 반영되지 않고, 당시 임원들은 공모 지원서 기준과 입찰계획서 기준대로 의사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임원 결정 따랐는데 지시 받고 불법행위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

    김 처장은 "저는 그 결정 기준대로 지난 3월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마치 제가 지시를 받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가 되고 검찰 조사도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한탄했다.

    또 "아무런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회사 일로 조사 받는 저에게 어떠한 관심이나 법률지원이 없어 원망스럽다"고 토로한 김 처장은 "유동규BBJ(본부장)이나 정민용 팀장으로부터 지시나 압력,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이어 "오히려 민간 사업자들에게 맞서며 우리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노력했음을 말씀드리며, 그들(민간 사업자)로부터 뇌물이나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김 처장은 해당 편지에서 언급한 당시 임원들이 누구인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등의 연루 의혹 등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故 김문기 씨, 참고인조사 중 회사 사무실서 숨진 채 발견

    유족 측은 이날 김 처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로부터 중징계 의결을 받은 징계의결요구서와 그가 작성한 경위서도 함께 공개했다. 김 처장은 지난해 9월25일 정민용 전 투자사업팀장에게 비공개 자료인 민간사업자 채점 서류를 공개한 혐의로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김 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인 지난해 12월20일 특별감사를 거쳐 징계를 의결했고, 김 처장은 같은 날 경위서를 제출했다. 

    경위서에서 김 처장은 "정 전 팀장이 대장동 사업의 공모 지침서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평가위원으로 참여했으므로 (자료를 보여줘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저를 포함한 3명의 담당자가 대장동 사업의 모든 자료 작성 등 대응을 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적었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0월부터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네 차례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12월21일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