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국정원 1차장 "최고 정보기관 수장 네 명 감옥행… 세계사에서 찾아볼 수 없어"박왕규 前 공사 "수감 중인 국정원 직원들… 한평생 나라 위해 목숨 걸고 일해"
  • '국정원장·간부 사면·복권을 위한 국정원 전직 직원모임'이 30일 오후2시 청와대 분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수감 중인 전직 국정원장과 국정원 직원들을 사면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상윤 기자
    ▲ '국정원장·간부 사면·복권을 위한 국정원 전직 직원모임'이 30일 오후2시 청와대 분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수감 중인 전직 국정원장과 국정원 직원들을 사면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상윤 기자
    국가정보원 퇴직자 1527명이 '국정원장·간부 사면·복권을 위한 국정원 전직 직원모임(이하 직원모임)'을 결성하고 현재 수감 중인 전 국정원 직원들을 사면해 달라고 촉구했다.

    직원모임은 30일 오후 2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안보업무를 수행하다 적폐로 몰려 무리하게 사법처리된 전직 국정원장 및 직원들에게 이른바 법관용이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란 선동한 이석기도 가석방됐는데… 전 국정원장들은 아무 조치도 이뤄지지 않아"

    이날 자리에 참석한 염돈재 전 국정원 1차장은 "한명숙 전 총리가 사면·복권되고, 내란선동죄의 이석기 전 의원이 가석방됐다"면서 "그런데 영어의 몸이 돼 있는 네 분의 국정원장(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과 실형을 선고받은 국정원 간부 40여 명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고 토로했다.

    "네 분의 국정원장과 40여 명의 국정원 간부들은 모두 30년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해온 모범적인 공직자들"이라고 강조한 염 전 차장은 "대법원 판결로 추락된 국격과 국정원의 명예회복에는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이 기간을 단축하고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사면·복권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 전 차장은 "최고 정보기관 수장 네 사람이 이렇게 한꺼번에 감옥에 간 것은 세계 역사에서도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참혹한 참사”라면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정원 및 전·현직들의 명예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유동열 "국가안보업무 수행하다 적폐로 몰린 국정원 직원들… 법관용 철저히 외면돼"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개인비리가 아닌, 국가안보업무를 수행하다가 적폐로 몰려 무리하게 사법처리된 전직 국정원장 및 직원들에게 이른바 법관용이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념적 편향성을 가지고 자기 편이라 생각되는 이석기에게는 허울 좋은 국민통합과 법관용을 내세웠다"고 유 원장은 비판했다.

    강채영 자유통일청년연합공동대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념전쟁, 공산제국주의와 백년전쟁에서 이기려면 국가정보원같이 음지에서 일하면서 국민에게 자유로운 삶을 보장해 주는 국가기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국정원장 네 분이 동시에 정치적 박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로 수감되어 있다는 것은 매우 큰 불행"이라고 언급한 강 대표는 "이는 국민통합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행위다. 국정원장 네 분을 즉각 풀어 달라"고 주문했다.

    박왕규 "미래를 위해 힘 합치자는 문 대통령… 과감한 사면·복권 단행해 달라"

    중앙정보부(국정원의 전신)에서 28년간 근무했다고 밝힌 박왕규 전 주영 대사관 공사는 "전 국정원장들에 대한 재판에서 국정원 예산의 청와대 전용에 뇌물죄·국고손실죄를 적용한 것은 이미 법률가들에 의해 그 부당성이 지적되고 있다"며 "이러한 예산 전용은 과거부터의 오랜 관행이라는 사실도 전혀 참작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박 전 공사는 이어 "제가 아는 한 현재 수감 중인 전 국정원장들은 모두 공직 재직 중 한 점 오점도 없이 오직 국가안보와 국가 발전에 헌신한 공직자의 표상들"이라고 추켜세웠다.

    특히 "3년6개월의 최장기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83세 이병호 전 원장은 주로 해외정보 분야에서 종사하면서 미국 CIA, 영국 MI6, 이스라엘 모사드 등 세계적으로 유수한 정보기관들과 협력·유대관계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소개한 박 전 공사는 "이 전 원장은 공직자 재산등록 시 재산 소유 최하위 그룹에 속할 정도였고, 그의 청렴성과 학구적 자세는 많은 공직자들의 귀감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공사는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께서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미래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말씀대로 보다 과감한 사면·복권을 단행해 우리 모두 함께 미래로 전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우선 한평생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일한 안보의 역군들인 전 국정원장과 직원들을 사면·복권 조치해 주시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모든 참석자들이 정장 차림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염돈재 전 국정원 제1차장은 "전직자들로서 이 사안을 얼마나 위중하게 보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우리나라 최고 정보기관 국정원이 이대로 가면 큰 위기에 빠진다는 사실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