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정황이 담긴 전체 음성파일을 주간조선이 입수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이 파일은 지난 10월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이 이 후보를 검찰에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하면서 제출한 것이다.
그간 언론을 통해 공개된 분량은 3분에 불과하지만, 주간조선이 입수한 파일은 도합 26분 분량이다. 추가로 공개된 나머지 내용에는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정황을 추정할 수 있는 구체적 내용과 금액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변호를 맡은 이태형 변호사에게만 20억여 원의 수임료를 줬으며, 이 중 일부 금액은 주식으로 대납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주간조선은 각각 5분과 21분 길이의 총 2개 음성파일을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들 파일은 모두 지난 6월 녹음됐다고 한다.
이태형-이모 씨, 이재명 변호 수임료 20억원 전제로 대화
5분 길이의 파일에는 이 후보의 변호를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와 이모 씨의 통화 내용이 담겼다.
이씨는 해당 파일을 '깨시연'에 넘긴 제보자로, 당시 이씨는 자신의 지인 관련 사건을 이 변호사에게 맡기면서 수임료를 논의했다. 두 사람은 이 변호사가 당시 이 지사 사건 수임료로 20억여 원을 받았다는 것을 전제로 대화를 나눈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이씨는 당시 통화에서 "금액(이재명 당시 도지사 수임료로 추정되는 금액)을 이야기를 안 했다. 그래서 내가 금액이 이제 25억 들었고, 여기까지 이야기하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라고 했다. 이어 "집행유예 되면 한 5억 정도 더 받으시고. 왜냐면 이재명 지사 25억이니까 충분히 맞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25억이 뭐냐"고 물었고, 이씨는 "이재명 지사 그거 빼 주는 걸로 그거 들었다고 그랬잖으냐"고 답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변호 비용은 약 20억원이었는데, 이씨 지인은 이에 맞춰 자신의 변호 비용을 정하겠다는 의미다.
"이재명 지사 때도 주식 3년 갖고 있다가 파는 조건"
이 매체가 입수한 두 번째 파일에는 이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 최모 대표와 이씨 간 통화 내용이 담겼다. 최모 대표는 이씨 지인 변론과 관련해 이씨와 이 변호사를 연결해 준 인물이다. 이 파일에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이 변호사에게 건넨 수임료 20억여 원과 관련한 내용이 더 구체적으로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4억은 그렇게 현금으로 주고 내가 이재명 지사 하는 거 똑같이 3억, 그때 20억, 이렇게 했다"고 하자 최 대표가 "예"라고 했다. 이씨는 그러면서 최 대표에게 우선 회사 주식을 주고 1년 후 판매부로 되사는 방식으로 처리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최 대표는 "이태형 변호사한테 같이 가서 얘기하는 게 더 편하다"고 했고, 이씨는 "이 지사 관련 받은 주식도 3년 있다가 파는 조건이 있으니 조건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에 최 대표는 "그것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그걸 알고 있으면 원래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고, 이씨는 "그때 우리 만났을 때도 이야기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최 대표가 재차 "그런데 그런 걸 얘기하면 안 되는 게, 내가 다 얘기하고 다니는 게 되지 않느냐"고 따지자, 이씨는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 지사 편이다. 최 대표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은 특별 케이스… 대금 받는 부분은 얘기하면 안 됐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재명 씨가 특별 케이스였던 건데, 다 특별 케이스로 해 달라고 하면 일을 안 받고 말지 않겠느냐"며 "그 돈이 노출해도 되는 돈인지 안 되는 돈인지 어떻게 아느냐. 이재명 씨를 변호하는 것까지는 오케이인데 대금 받는 부분은 얘기하면 안 됐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씨는 "그냥 25억만 얘기할 걸. 주식 이야기" 라고 했고, 최씨는 "주식 얘기는 왜 나갔는지 내가 지금 이해를 못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이 후보는 변호사비용을 현금 3억원, 주식 20억원으로 처리했다. 이는 이 후보 측이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변호인단 비용은 총 2억5600만원으로 재판에 참여한 대부분의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 등으로 무료변론 등으로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힌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들이다.
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이씨에게만 말했는데, 이씨가 자신의 지인에게 이런 내용을 공유하면서 변호비용 일부를 이 후보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 주식으로 처리할 수 있겠느냐고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최 대표가 이씨에게 함구해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측 "커미션 타내기 위한 명백한 조작사건" 반박
깨시연 측은 정황상 이 주식이 쌍방울에서 발행한 전환사채라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조선은 실제로 이 후보 변호를 맡았던 일부 변호사가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 및 감사직을 역임한 점, 쌍방울그룹의 고위직 임원들이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에게 고액을 후원한 점 등이 사실로 밝혀진 데 따른 추정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와 민주당 측은 "제3자 간의 대화 내용"이라며 "소송대리인을 연결하며 일종의 '커미션'을 타내기 위한 명백한 조작사건"이라는 견해를 주간조선에 전했다.
최 대표 "이태형 변호사 수임료 몰라… 20억 발언은 허풍이었다"
통화 녹취록에 등장한 최 대표는 "이태형 변호사의 이 후보 변호 수임료는 그때나 지금이나 알지 못하며 대화에서 나온 20억여 원의 수임료 발언은 허풍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민구 깨시연 대표는 "실제 조작이 됐다면 이 후보 측에서 고발인들에게 무고죄 등으로 충분히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그런 시도는 전혀 없고 여론만 주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녹취록을 넘겨받은 후인 지난달 15일 법조윤리협의회와 송파세무서 등 서울 소재 세무서 4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통해 이 후보가 선임한 법무법인 10곳과 변호사 4명의 수임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달 19일에는 쌍방울 재무담당 임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바 있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매체에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들의 속내는 알 수 없다. 검찰이 직접 사실 여부를 판단할 일인데, 그렇다면 여기에 필요한 이태형 변호사 사무실이나 쌍방울을 압수수색했어야 했다"면서 "쌍방울 회사 자료는 임의제출로만 받았다. 검찰이 수색한 세무사에는 법적으로 허가된 수입 내역만 적시돼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