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련 학위 석사 이상… 연구개발 포함해 현장 경험 10년 넘어야 전문가"육사 출신 조동연, 한미연합사 육본 등 근무… 과학기술과 직접 관련 없어육본 ‘미래비전 2050’ 보고서 작성… 항공우주분야 전문가라 보기 힘들어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를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조동연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를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는 지난 11월30일 조동연 위원장 영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제가 제일 관심을 갖는 부분은 이 분이 우주항공분야의 전문가라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일부터 항공우주 업계와 군 안팎에서는 “(이 후보 측에서 영입한) 조 위원장이 무슨 우주항공 전문가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생활보다 중요한 지적… “어떻게 무경력자를 전문가, 과학자라 부를 수 있나”

    항공우주 전문가라는 조 위원장이 2020년 4월 소령으로 전역한 뒤 내놓은 관련 논문은 2편이다. 2021년 항공우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미래 우주전과 3D전략’과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발간하는 전문지 <국방과 기술>에 투고한 ‘첨단 기술 발전과 미래전 양상 변화에 따른 군 핵심 역량 발전 방향 제시’다.

    해당 논문을 살펴본 항공우주업계 관계자와 군 관계자들은 “조동연 위원장이 무슨 항공우주 전문가냐”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항공우주업계에서는 관련 분야에서 석사 이상 학위를 받고, 연구개발을 포함해 현장 경험이 적어도 10년 이상은 돼야 전문가로 본다”며 “그런데 학위도 없고, 연구개발 및 현장경험이 전무(全無)한 사람을 왜 전문가이자 ‘과학자’라고 부르는 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비역 장성 출신 방산업계 관계자도 “항공우주 분야의 석사 이상 학위가 있거나 연구개발 및 현장경험이 10년 이상 되면 그제야 ‘전문가 그룹’으로 분류된다”며 “그런 전문가조차 국내 항공우주업계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단계이기 때문에 어디 가서 스스로 ‘전문가’라고 말하거나 그런 호칭을 누가 붙이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업계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연구 조직은 관련 분야 학위를 요구하고, 정비 및 기술 개발 현장에서는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면장(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전문가로 분류한다”며 “이 기준을 넘지 못하면 필드(업계 현장)에서는 전문가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는 사람들 “영어 참 잘하는 똑똑한 육군… 항공우주 관련 경력 있나” 반문도

    조 위원장의 군 경력도 항공우주분야와는 거리가 멀다. 조 위원장은 육사를 졸업하고 정보병과로 2004년 2월 임관한 뒤 이라크 자이툰부대,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부, 국방부, 육군본부 정책실 등에서 근무했다. 조 위원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군 관계자는 “머리가 좋고 영어 실력이 대단히 뛰어났다”고 기억했다. 연합사에서 브리핑 담당 장교, 외교부 정책기획관실 정책총괄과 파견 등도 영어 실력 덕분이었다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 조동연 위원장이 작성에 참여했다는 '육군비전 2050' 보고서에서 나오는 미래 자율주행 장갑차. ⓒ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동연 위원장이 작성에 참여했다는 '육군비전 2050' 보고서에서 나오는 미래 자율주행 장갑차. ⓒ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 위원장이 석사 학위를 얻은 곳은 경희대 평화대학원 아태지역학과였다. 논문 주제는 미국의 소말리아·이라크 침공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북한체제 붕괴 시에 적용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버드대 유학은 JFK스쿨(공공정책대학원) 석사 과정(MPA) 연수를 자비로 다녀온 것이다. 그 전후의 경력 가운데 과학기술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항공우주와 연관이 있을 수 있는 조 위원장의 경력은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육군본부 미래혁신연구센터에서 ‘미래비전 2050’ 보고서 작성을 맡은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육군과 관련한 내용이다. 

    항공우주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이런 조 위원장을 “항공우주분야 전문가”라며 이재명 후보가 1순위로 영입하게 된 배경을 두고 “확실하게 밀어 주는 든든한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했다. 실제로 여의도 정가에서는 여당 의원과 전직 장성이 조 위원장을 강력히 민다는 이야기가 확산하는 상황이다.

    조 위원장의 경력은 이 후보가 1일 영입한 청년 과학자 4명과도 비교된다. 아주대에 재학 중인 김윤기(20) 씨는 고교 재학 시절 시각장애인을 위한 길 안내 AI(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김윤이(37) 뉴로어소시에이츠 대표는 데이터 활용 전문 기업을 창업했다. 송민령(37) 씨는 카이스트에서 바이오 및 뇌공학을 전공한 박사다. 최예림(35) 씨는 서울대 산업공학 박사 출신으로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전문 기업을 창업했다.

    더불어민주당, 조동연 ‘사생활 의혹’에는 강력대응

    민주당은 조 위원장의 항공우주 전문가 논란보다 그의 사생활과 관련한 의혹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는 지난 11월30일 조 위원장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강용석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방송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조 위원장 옹호에 나섰다. 안 의원은 1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강용석 변호사가 제기한 조 위원장 사생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의 항공우주 전문가 논란과 관련해서도 안 의원은 “지금 그분이 30대이지 않으냐”며 “전문가 내에서도 진짜 전문가들이 있고, 아직 젊은 전문가들이 있는데 그건 조금 관대한 시선으로 보자. 앞으로 그분이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고 보면 그런 것들은 크게 개의치 않을 부분인 것 같다”고 두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