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서식지 일부, 대장동 개발 부지에 포함… 아파트 인근 공원으로 탈바꿈1등급 권역→ 3등급으로 이례적 완화… 남욱 "유한기에 환경부 청탁 2억 건네" 진술
  • ▲ 대장동 개발 부지 내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으로 지정됐던 곳. 현재는 3등급으로 완화돼 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상무 기자
    ▲ 대장동 개발 부지 내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으로 지정됐던 곳. 현재는 3등급으로 완화돼 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상무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부지 가운데 일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이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등급 권역은 개발이 제한되는데, 이례적으로 3등급으로 완화된 과정과 관련해 수억원대 대가성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9일 찾은 대장동 '더샵판교포레스트 11단지' 앞의 해당 현장은 잔디밭에 나무와 꽃들이 심어진 공원으로 조성돼 있었다. 이 부지는 2203㎡(약 666평) 크기다.

    또한 도시가스 정압기가 한 가운데 배치돼 있었고, 지하엔 광케이블이 매설돼 있었다. 정압기는 2010년 1월 이전까지는 공원의 규모가 최소 3만㎡ 이상일 경우에만 설치가 가능했으나, 관련 규제 폐지로 소규모 공원에도 설치가 가능해진 시설이다.

    생태·자연도는 자연환경을 생태적 가치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눠 작성하는데,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인 1등급 권역은 자연환경 보전이 권고된다. 그러나 이 부지가 대장동 개발사업 부지에 포함되면서 현재는 일반적인 공원 형태로 관리되고 있었다.

  • ▲ 대장동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지정됐다 3등급으로 완화된 곳에 현재는 도시가스 정압기가 배치돼 있고, 지하엔 광케이블이 매설돼 있다. ⓒ이상무 기자
    ▲ 대장동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지정됐다 3등급으로 완화된 곳에 현재는 도시가스 정압기가 배치돼 있고, 지하엔 광케이블이 매설돼 있다. ⓒ이상무 기자

    환경청, 1등급→3등급 이례적 완화

    도시개발법에 따르면 사업 면적이 25만m²이상인 대장동 사업부지(96만여m)는 반드시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통과해야 한다. 앞서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강유역환경청은 2014년 대장동사업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당시 심의에는 성남시 관계자 3명과 함께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관계자, 학계 인사 등 외부 인사 4명이 참여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그해 10월 성남시에 보낸 심의결과 통보서에서 "지형훼손 외 우수식생 훼손지에 대하여서도 검토 필요", "생태·자연도 1등급지 훼손방지방안 수립"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후 한강유역환경청은 2015년 이 지역을 1등급 권역으로 지정했지만 5년 뒤인 지난해 고시에서는 3등급으로 완화했다.

    경향신문 등은 검찰이 남욱 변호사·정모 회계사 등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이 이곳의 원활한 개발을 위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게 2억원을 건넸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화천대유 측이 이 부지의 권역 등급을 낮추기 위해 환경청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검찰은 2014년 여름 무렵 서울시내 한 호텔 주차장에서 건네진 이 돈이 '(환경부 산하 기관인)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로비용'이었다는 남 변호사의 진술을 확보했다.

    해당 지역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붉은배새매'라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살고 있었지만 바로 개발 허가가 난 곳이다. 보통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판명돼 사업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생기면 환경부에 이의신청을 하지만 이 과정도 생략됐다. 검찰은 조만간 유 전 본부장을 소환해 로비가 실제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전문가 "1등급 한번 지정되면 완화 어려워"

    환경 전문가는 1등급 지역이 3등급으로 갑자기 내려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김임순 전 광운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갈 수는 있어도, 1등급 지역으로 한번 지정되면 내려오기 어렵다"며 "산사태나 장마로 인한 자연적 훼손이 일어나야만 등급 하락이 가능하다. 1등급 지역엔 케이블카도 못 지나간다"고 말했다.

    한편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2014년에 근무했던 사람이 지금 없다. 그 사안에 대해서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0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대장동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때 일부 지역의 생태 등급이 1등급이었는데, 5년 뒤 1등급이 해제됐다"며 "이의 신청 없이 해제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처음부터 1등급 지역이 개발지역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