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임대주택 조건으로 용도변경 해주고 10%로 대폭 축소野 박수영, 성남시 문건 공개… "이런 결재 1건 만으로도 구속"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015년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계획(공공기여) 변경에 대한 검토 보고'문건에 사인했다. ⓒ박수영 의원실 제공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015년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계획(공공기여) 변경에 대한 검토 보고'문건에 사인했다. ⓒ박수영 의원실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임대주택 비중을 90% 줄이고 일반분양 주택 비율을 늘리도록 하는 변경안에 직접 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현동 개발이 이뤄진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는 100% 임대주택 건설을 조건으로 성남시가 토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 상향해준 곳이다.

    용도변경 3개월 만에 100%→10%

    1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성남시로부터 제출받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계획(공공기여) 변경에 대한 검토 보고' 문건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개발 PFV(프로젝트금융회사)인 성남알앤디PFV는 2015년 12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임대주택 대신 일반분양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성남시가 해당 부지를 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 준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이 같은 요구에 성남시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는 주거대책을 위한 의무적 임대주택 설치 대상 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다만 1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설치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성남알앤디PFV는 개발 과정에서 임대주택 비율을 100%에서 10%로 대폭 축소했다. 성남시는 아무런 요구도 없이 계획 변경을 받아줬다. 

    성남알앤디PFV는 기부채납 내용 변경도 요구했다. 성남알앤디PFV는 "R&D 건물 기부채납을 취소해 달라. 그 대신 R&D 용지 7995㎡를 추가로 기부채납하겠다"고 요청했다. 

    성남시는 "R&D 예상 건축비(357억원)와 추가 기부채납하는 토지 예상가(385억 원)의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토지로 기부채납받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된다"며 수용했다.

    1223가구 중 1100가구가 일반분양… PFV 분양이익만 3143억원

    이 변경안은 이 후보의 결재로 이뤄졌다.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도 이 보고서에 서명했다. 이 후보는 2016년 1월7일 검토보고서에 서명했는데, 성남시는 당일 성남알앤디PFV에 회신을 보내 "변경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성남알앤디PFV가 짓기로 한 1223가구 중 1100가구(90%)가 일반분양 주택으로 지어졌다. 임대주택은 123가구뿐이다. 성남알앤디PFV는 올해까지 분양이익만 3143억원을 거뒀고, 분양매출은 1조264억원에 달했다. 

  • ▲ 성남시가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임대 주택 비율을 기존 100%에서 10%로 축소했다. ⓒ박수영 의원실 제공
    ▲ 성남시가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임대 주택 비율을 기존 100%에서 10%로 축소했다. ⓒ박수영 의원실 제공
    문제는 이 같은 변경안이 백현동 개발 부지인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을 해 줄 당시 약속했던 조건에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2015년 4월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11만2860㎡를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고자 한다는 성남시 도시주택국 보고서에 직접 서명했다. 이 후보가 녹지지역에서 1·2·3종 일반주거지역보다 아파트를 높게 지을 수 있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무려 4단계나 상향하는 보고서에 서명한 셈이다.

    이후 성남시는 성남알앤디PFV와 협의해 2015년 9월7일 용도변경을 확정했다. 성남알앤디PFV는 성남시에 용도변경 조건으로 개발 과정에서 R&D 용지 1만6948㎡와 R&D 건물 기부채납, 100% 임대주택 건설을 약속했다. 사실상 성남시가 용도변경의 반대급부로 요구했던 사안이 모두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이전특별법에 따라서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R&D센터를 취득하는 조건으로 용도변경을 해 줬다"고 설명했다.

    野 "다른 시장들은 이런 결재 1건 만으로도 구속·처벌받아"

    이와 관련. 박수영 의원은 1일 "대장동과 달리 백현동은 이재명 후보가 결재했음이 명백하게 드러나 '잘 모른다' 거나 '아랫사람이 했다' 등의 핑계도 댈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간 여러 명의 시장이 이런 결재 1건 만으로도 구속되었고 처벌받았다"고 지적했다.

    용도변경 과정에서 이 후보의 측근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성남알앤디PFV의 대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가 2015년 1월 이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인섭 씨를 영입한 후 8개월 만에 용도변경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2006년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출마했을 당시 선거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이 확정된 지 4개월 후 김씨는 2016년 4월 성남알앤디PFV 대표인 정모 씨를 찾아가 성남알앤디PFV 주식(46만 주)의 절반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이후 정 대표는 성남알앤디PFV 주식 25만 주를 김씨에게 액면가에 넘기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김씨와 정 대표는 이 같은 과정에서 법적 분쟁까지 벌였는데, 결국 2020년 11월, 법원은 정 대표가 김씨에게 70억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