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만배·유동규' 대화 녹취록 확보… "직원들이 내가 실소유주가 아닌 걸 안다"정영학 성남도공 금품자료, 양심선언서도 제출… 김오수 "여야·지위 막론 엄정수사"
  • ▲ 경기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성남의뜰과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뉴데일리DB ⓒ
    ▲ 경기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성남의뜰과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뉴데일리DB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핵심 관계자로부터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주요 주주들의 금품 로비 대화가 담긴 녹취파일 19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파일에는 주주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에 10억원대의 금품을 전달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은 천화동인5호 대주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녹취파일 19개를 건네받았다.

    성남도공 주요 관계자에 수차례에 걸쳐 10억원대 금품 제공

    정 회계사가 제출한 파일에는 최근 2년간 화천대유 및 천화동인1호 대주주 김만배 씨 등 주요 주주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포함한 성남도공 측의 대화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대주주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얻은 배당금 4040억원과 수천억원대 아파트 분양수익 배분을 논의했다. 이들 대화 중에는 성남도공 주요 관계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수억원씩 총 10억원대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녹취록에는 화천대유·천화동인의 소유구조 등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직원들이 내가 실소유주가 아닌 것을 안다" "아니, 그것을 다른 직원들이 알면 어떻게 하느냐?" "그럼 (차명 지분으로 얻은 수익을)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의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아울러 차명 대주주의 수익 배분을 위해 위장회사를 설립, 자금을 돌리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지분을 비싸게 사 주는 방식으로 돈을 만들고, 나중에 회사는 없애버리면 어떻겠느냐"는 등의 발언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정씨가 이들의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한 2019년께부터 정씨는 김만배 씨, 유동규 전 본부장과 관계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졌다. 이에 정씨는 향후 대장동사업이 문제가 되면 주범으로 몰릴까 두려워 녹음파일을 만들어 주변 인사들 몇몇과 공유했다고 한다.

    현금뭉치 사진과 양심선언서도 제출

    정 회계사는 검찰에 녹취록과 함께 수억원대의 현금뭉치가 찍힌 사진과 해당 금품이 성남도공에서 근무한 인물 등에게 전달됐음을 보여주는 자료, '양심선언서' 형식의 문서도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 민간 사업제 공모에 참여할 때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핵심 관계자다.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2009년 대장동 민간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 참여한 그는 5581만원을 투자해 지난해 연말까지 644억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오수 "법과 원칙 따라 엄정처리하라"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에 금품 로비가 이뤄졌다는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녹취록 검증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김오수 검찰총장은 "여야, 신분,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정치권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이런 식으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법조계에서는 김 총장이 대장동 개발 핵심 관계자의 녹취록을 보고받은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총장은 "경찰 등 다른 기관과도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필요한 경우 자료도 공유할 것이며, 검찰은 소추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더욱 더 책임감을 가지고 수사에 임하라"라고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