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추천 방심위원 3人 "후속조치 적절했다"며 MBC 두둔국민의힘 "참사 수준 국격훼손 방송에 솜방망이 징계" 개탄미디어 전문가 "우리 편이라 봐 준 것… TV조선이면 중징계"
  • ▲ MBC가 생중계한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장면. ⓒMBC 방송 화면 캡처
    ▲ MBC가 생중계한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장면. ⓒMBC 방송 화면 캡처
    도쿄올림픽을 중계하면서 각 나라의 '아픈 역사'를 건드리는 몰상식한 방송으로 물의를 빚은 MBC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 정연주)가 지난 9일 방송사 재허가 시 감점요인도 되지 않는 '권고'를 의결했다.

    이를 두고, '정파적으로 구성된 방심위가 친여매체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는 비판이 각계각층에서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정권에 우호적인 방송은 아무리 잘못해도 강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재입증됐다"며 유감을 표했고,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경변)'은 "다른 나라의 국격을 훼손한 방송을 내보냈는데 '권고'에 그쳤다는 건, 친여방송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수의 미디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방심위가 여전히 정치논리에 지배당하고 있음을 보여준 예"라며 정파적으로 이뤄진 방심위가 이른바 '정치 심의'로 MBC에 특혜를 준 것으로 분석했다.

    "MBC가 대한민국 얼굴에 똥칠했다" 네티즌 비난 쇄도

    방심위가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심의한 방송은 지난 7월 23일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띄우고, 루마니아를 소개할 때 드라큘라 사진을 올리는 등 '조롱'과 '비하'로 점철된 문화방송 MBC의 중계방송이었다.

    방송 직후 "공영방송이 대한민국의 얼굴에 똥칠을 했다"며 "MBC가 국가 위상을 떨어뜨리기로 작정한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가수 JK김동욱 등 유명 연예인들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MBC 사내에서는 노동조합 성명을 통해 "박성제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여론을 반영, 지난 7월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MBC 방송의 공적책임 위반 여부 심의를 신청했다.

    이에 지난 9일 방송심의소위를 연 방심위는 MBC가 방송심의 규정인 '문화의 다양성 존중' 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집중 심의했다.

    이번 방송사고에 대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비난의 소리가 높았고,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때에도 MBC가 참가국을 폄훼하는 중계방송으로 방심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어, 이번엔 그 이상의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방심위가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은 '권고'였다. 행정지도인 권고는 '주의'나 '경고' 같은 법정제재와는 달리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요인이 되지 않는다.

    與 추천 방심위원들 "MBC 후속 조치 적절"… '권고' 밀어붙여


    이날 방송심의소위에서 '권고'를 밀어붙인 심의위원들은 여당 추천 위원인 이광복·정민영·윤성옥 위원이었다. 이들은 "MBC가 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은 의문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의도성은 없었고, 후속 조치가 신속하고 적절했다"며 MBC를 적극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야당 추천 인사인 이상휘 위원은 "방송 심의는 의도가 아닌 결과의 문제"라며 "사과와 후속 조치가 있었다고 사안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게 아니냐. 행정지도로 끝날 사안이었으면 왜 사장이 직접 사과를 했겠느냐"고 따져물었다.

    이 위원은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경고' 의견을 냈으나, 다수결로 '권고' 결정이 내려지자 이에 반발해 퇴장했다.

    이날 방송심의소위에 출석한 박준우 MBC 보도본부장은 "도쿄올림픽 중계에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 사용으로 시청자의 신뢰를 저버린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후속 조치로 관련 책임자들에게 감봉 1~3개월 조치를 내렸음을 밝혔다.

    MBC는 방심위 결정 직후 "권고 조치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국제적 비난' 초래한 사건에 문제의식 못 느낀 방심위"

    앞서 방심위에 MBC 중계방송에 대한 심의를 신청했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10일 "방심위의 솜방망이 징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디어특위는 "'국제적 망신을 불러냈다'는 방심위 야당 위원의 '경고' 주장이 수적 우위를 앞세운 여권 위원 3인의 '권고' 주장에 묵살됐다"며 "'권고'는 법정제재와는 다른 행정지도에 불과한 조치로, 현정권에 우호적인 방송은 잘못을 해도 강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더욱더 엄격해야 될 대한민국 공영방송도 예외는 아닌가보다"라고 개탄했다.

    미디어특위는 "이번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MBC는 타국을 조롱하고 폄훼하기까지 해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누리꾼과 외신들의 공분을 자아냈다"며 "단순한 방송사고나 해프닝을 넘어선, 방송참사 수준의 국격 훼손이라고 할 만한 심각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특위는 "MBC는 지난 2008년에도 베이징올림픽 개회식 중계를 하면서 일부 국가의 위치를 잘못 표기하고 오류 자막을 내보내 방심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는데, 이번에는 일부 국가에 대해 '한 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고 하는 등 타국 비하 수준은 그때보다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수위는 오히려 더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특위는 "'권고' 의견을 낸 3인의 방심위원은 박성제 사장의 사과와 보도본부장 교체 등 후속조치를 감안했다고 하는데, MBC는 2008년 심의 때도 '적절치 못한 발언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며 "그 결과, 도쿄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 참사가 발생했다. 방심위는 대체 무엇을 감안했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타국 국격 훼손했는데 '권고'라니… 국민 우롱한 것"


    홍세욱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상임대표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MBC가 국가 위치 표기를 잘못해 '주의'를 받고 재발 방지 약속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홍 대표는 "당시 MBC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에는 핵실험 사진을 내보내는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다"며 "이건 다른 나라의 국격을 훼손한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홍 대표는 "그럼에도 방심위 징계가 '권고'에 그쳤다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자, 여당에서 짬짜미로 면죄부를 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강보영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방심위가 내린 '낮은 수위'의 징계가 '제2의 올림픽 중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강 교수는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으로 국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공분을 자아낸 이번 MBC 중계사건은 공영방송으로서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그런데 이런 큰 국가적인 사안에 대한 방심위의 '권고'라는 솜방망이 징계 처분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권고'는 법정제재가 아니기에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서도 감점요인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MBC는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지도 않기에 이러한 참사는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계했다.

    "방심위, 정파적으로 구성… '정치의 장' 된지 오래"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방심위 자체가 상당히 정치적, 정파적으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방심위 내 여권이 앞도적으로 비율이 높기 때문에 심의가 편파적으로 이뤄지는 등 심의위가 '정치의 장'이 돼 버린지 오래"라며 "이번 심의에서는 한 마디로 '우리 편 매체인가 아닌가' 하는 왜곡된 잣대가 작동됐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사실상 MBC가 우리 편 매체이니 봐 준 것"이라며 "만약 TV조선이나 채널A였으면 바로 중징계를 내렸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황 교수는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 방심위가 여전히 정치논리에 지배당하고 있음을 보여준 예"라며 "정파성이 강한 '비정상적 방심위'의 근본적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