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발행 확대하겠다"… 이재명 '을 권리 보장 공약' 발표한국조세재정연구원, 지난해 보고서 통해 지역화폐 문제점 지적박수영 "지역화폐는 '을'에게 빼앗아 다른 '을'에게 주는 것" 비판
  • ▲ 1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식당에서 열린 '을(乙) 권리보장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자영업자들의 피해 사례를 듣고 있다. ⓒ뉴시스
    ▲ 1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식당에서 열린 '을(乙) 권리보장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자영업자들의 피해 사례를 듣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공약을 발표하면서 지역화폐 발행을 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지역화폐의 허점을 지적해온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10일 서울 마포구 한 음식점에서 '을(乙) 권리 보장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자생과 혁신 기회를 만들어 생존력을 높이고, 시장에서 힘의 균형이 실현되도록 만들겠다"며 지역화폐 발행 확대 공약을 발표했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대안화폐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당시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를 도입했고,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는 '경기지역화폐'를 도입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그러나 지난해 "지역화폐가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역화폐가 다양한 손실과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지역화폐는 같은 금액의 현금보다 액면가가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는데, 이 차액을 정부가 보조한다. 조세연은 당시 정부 보조금 가운데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지 못하는 순손실을 46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이 지사는 당시 조세연의 연구 결과를 두고 "근거 없이 정부 정책을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며 발끈했다.

    박수영 "지역화폐는 사회주의자의 창작물"

    박 의원은 이날 이 지사의 지역화폐 확대 공약에 "사회주의의 원조격인 로버트 오웬(Robert Owen)의 창작물"이라고 규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총동원돼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잘사는 동네에서 못사는 동네로 지역 간 부가 이전된다고 하는데, 모든 지자체가 다 발행하면 이전 효과는 없다"고 꼬집었다. 한 도시의 지역화폐 도입은 경쟁적으로 타 지역의 지역화폐 도입을 야기함으로써 결국 어느 도시도 소비 증가로 인한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박 의원은 이어 "대형마트에서 골목상권으로 부가 이전된다고 하는 것도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대형마트의 물품과 매대의 92%가 중소상인·자영업자·농업법인이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을'에게 빼았아 다른 '을'에게 나눠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에서 발행하는 경기지역화폐는 백화점·대형할인점·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박 의원은 또 "행안부 발표에 의하면 중간관리회사가 발행액의 3% 정도를 관리비로 가져간다고 한다"며 "세금으로 중간관리회사만 먹여 살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지역화폐 예산 삭감한 홍남기 비판

    이 지사에 따르면, 2018년 3700억원이었던 전국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2020년 들어 9조원으로 늘어났다. 이 지사는 지방정부의 수요를 고려해 발행 규모를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역화폐가 지닌 내수경기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이미 입증됐다"고 주장한 이 지사는 "내가 이미 공약으로 발표한 기본소득을 비롯하여 각종 현금성 복지 지출을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하게 되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비 진작에 엄청난 효과가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호언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쓴소리를 이어 나갔다. "안타깝게도 홍남기 부총리가 내년 지역화폐 예산을 (올해 대비) 77%나 삭감했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한 이 지사는 "기재부가 예산 편성권 갖고 너무 오만하게 군다"고 직격했다.

    이 지사는 이날 지역화폐 발행 확대 외에도 ▲온라인 플랫폼 가맹 소상공인 단체 결성권과 협상권 보장 ▲공정 플랫폼 사회적 대화기구 설치 ▲공공 플랫폼 확장 및 통합운영 시스템 구축 ▲한국형 급여보호 프로그램 도입 ▲임차상인 임대료 부담 완화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