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토부 찾아 항의시위하며 삭발식 감행… 국토부, 면담서 "소유주 의견 적극 듣겠다"
  • ▲ 문재인 정부의 서울역 쪽방촌 개발에 반대하는 동자동 토지 소유주들이 지난 26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며 삭발식을 감행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 문재인 정부의 서울역 쪽방촌 개발에 반대하는 동자동 토지 소유주들이 지난 26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며 삭발식을 감행하고 있다. ⓒ대책위 제공
    문재인정부의 서울역 쪽방촌 개발에 반대하는 동자동 토지 소유주들이 세종시 국토교통부를 찾아 항의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토지를 강제수용 하는 정부 방침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재차 밝혔다.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6일 국토부 앞에서 시위를 열고 서울역 쪽방촌 일대 공공택지지구 지정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가 동자동 인근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주민 협의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부동산정책·주거복지 실패를 우리에게 전가"

    이날 일부 소유주들은 삭발까지 감행하며 정부를 향해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오정자 대책위원장은 "동자동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주거복지 실패를 오롯이 동자동 소유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오 위원장은 "쪽방촌은 동자동에서도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도 정부는 이를 핑계로 어떤 상의나 동의 절차 없이 토지 강탈을 시도하고 있다"며 "미개발 예정지에 적용해오던 공공주택지구를 도심 한복판에 지정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법 적용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자동 소유주들은 자신들의 동네가 이미 후암특계1구역으로 민간개발이 진행되던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것은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대안 제시했지만 국토부는 무시 일관… 우리를 정치적 희생양 삼지 말라"

    오 위원장은 "국토부는 쪽방 주민 이주대책 문제로 민간개발이 무산된 것처럼 왜곡하고 있지만 대책위는 쪽방 주민을 포용하는 내용을 담은 상생개발계획안을 국토부에 제시하고 대화를 시도했다"면서 "국토부는 그간 대화를 하자는 주민대책위의 요구에도 만나 주지 않고, 각종 반대 민원에도 형식적인 답변만 내놨다"고 질타했다. 

    오 위원장은 그러면서 "동자동 전체 토지의 20%도 되지 않는 쪽방을 명분 삼는 정부는 더 이상 소유주들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고 비판했다.

    항의시위 이후 대책위 임원들과 소유주 측 변호인들은 국토부 관계자들을 면담했다. 오 위원장은 면담 결과와 관련 "국토부 측에 소유주들의 불만을 토로했다. 면담은 대체로 만족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대책위, 국토부와 면담… "사업 강행 얘기 안나온 것만도 큰 성과"

    이들은 △최소한의 동의 요건도 없이 20%의 쪽방을 명분으로 동자동 전체를 강제 수용하려는 정부의 독재 행정을 즉각 철회하라 △'공공임대를 포함한 민간개발안'에 대한 소유주와 국토부간 심층 논의가 필수적이다. 국토부 장관 및 주요 의사결정권자와 양자 회담을 요청한다 △정부는 모든 국민의 정부다. 우리는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재산권을 침해하는 강제수용 개발을 받아들일 수 없다 등의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국토부 측에 전달했다.

    오 위원장은 "국토부 측에서 앞으로 동자동 문제와 관련해 소유주들의 의견을 적극 듣겠다고 말했다"며 "앞으로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서로 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부가 그동안 만나주지도 않았으나, 면담에서 논의를 자주하자는 말이 나왔다"며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오 위원장은 "정부가 동자동 개발의 시급성 및 쪽방 주거 대책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면 소유주들과 민간개발의 틀 안에서 주거 대책 등에 대해 논의하며 해결방안을 찾으면 되는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동자동 재산권을 박탈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고, 국민 분열의 정책을 강행한다면 결사항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2월 정부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동자동 일대 4만7000㎡ 규모 부지를 재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쪽방 주민 이주대책 등을 마련한 정비사업을 추진해 2410가구(공공임대주택 1250가구, 공공분양 200가구, 민간분양주택 960가구)를 오는 2030년까지 공급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정부가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택지개발 방식으로 입주민 사전동의 절차 없이 지구지정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소유주들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