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굉장히 아쉬운 부분"… 윤석열 기습입당에 불쾌감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핵심 대선주자인 윤석열 예비후보 입당 후 공식적인 상견례를 했다.

이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사전에 지도부에 알리지 않고 '기습 입당'한 윤 예비후보에게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 미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이 대표는 2일 웃는 얼굴로 윤 예비후보의 입당을 환영했다. 초선의원모임에서 강연을 마치고 나온 윤 예비후보를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 서범수 당대표비서실장이 국민의힘 회의실로 안내하는 그림을 연출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과 함께 문재인정부를 심판하고 정권 창출에 힘을 보태 주기로 한 윤 예비후보에게 감사하다. 지난주 소위 '치맥 회동'을 하면서 대동소이라는 말을 했는데 '대동단결'로 갈아치워야 할 것 같다"며 "공언한 대로 경선 버스에 탑승한 모든 분께 안락하고 안전한 경험을 드리고, 무엇보다 목적지까지 문제 없이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당과 지도부의 역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예비후보도 "보수와 중도, 진보를 아우르는 '빅텐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제가 입당해 당 소속 신분으로 나라의 정상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 더 올바른 생각이라는 판단하에 예상보다 더 일찍 입당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어 "제가 당원이 됐기 때문에 국민의힘과 함께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해낼 수 있도록 당과 국민 여러분께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모두발언 종료 후 백드롭(배경 현수막)에 마련된 '로딩 중'이라는 배터리 그림 위에 빨간 스티커를 붙였다.

이 대표가 앞서 주장한 야권 대선주자들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모이는 '비빔밥론'이 윤 예비후보 입당으로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상징한 것이다. 두 사람은 이 대표가 윤 예비후보에게 당 배지를 달아 주는 것으로 회동을 마쳤다.

윤 예비후보와 지도부 간 상견례는 웃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마무리됐지만, 이 대표 등이 사전에 알려진 지방 일정으로 부재한 상황에서 윤 예비후보가 급작스럽게 입당을 결정한 것에는 여전히 불쾌한 감정이 남아 있는 상태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 소수만 참여한 가운데 조촐한 입당식을 치른 윤 예비후보를 위해 권영세 의원이 공식적인 입당식을 지도부에게 건의하겠다고 했으나, 이날 접견은 상견례라는 명칭으로만 정리됐다.

이 대표는 회동 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예비후보 입당이) 형식에 있어서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원래 2일에 입당하는 것으로 사전에 양해가 있었는데 중간에 정보가 유출됐다고 해서 일정을 급하게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됐더라도 (지도부와) 다시 상의했어야 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와 관련, 윤 예비후보는 그동안 지도부와 충분한 소통을 거친 결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윤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상견례 후 "제가 아무리 바깥에서 빅텐트를 친다고 해도 이미 제1야당에서 후보를 다 정했는데 다시 국민경선을 하자고 하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지도부에도 입당 시기가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렸고, 그런 충분한 소통하에 입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윤 예비후보는 이날 당 사무처와 국회 의원회관을 순회하면서 당내 소통행보에 돌입했다. 그동안 당 밖에 머무른 시간이 길었던 만큼 대선주자로서 당내 입지를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 예비후보는 원내대표실·정책위의장실·미디어국·정책국·청년국·여성국 등을 들러 "잘 부탁합니다. 많이 가르쳐 달라"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홍보국에서는 당명과 로고가 새겨진 마스크를 선물받고 "입당하기를 잘했다"며 활짝 웃었다.

'친윤석열'로 알려진 정진석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윤 예비후보를 만나 "건의하자면 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 전체 당원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당원배가운동을 직접 선도해 가셔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