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견제 ‘더 나은 세상 재건(B3W)’ G7 주제와 겹쳐… 中 왕이 불참 가능성
  • ▲ 지난 4월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 회담 당시 정의용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4월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 회담 당시 정의용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정의용 외교장관 대신 최종문 제2차관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이번 G20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G20 외교장관 회의, 차관 대리참석 이례적이지 않다”

    이번 G20 외교·개발장관 회의 주제는 다자주의, 아프리카 지속가능발전, 식량안보, 개발재원 조달 등이다. 이를 위해 G20 외교장관 회의와 개발장관 회의, 외교·개발장관 합동회의가 모두 열릴 예정이다. 최종문 차관은 정의용 장관 대신 이 회의에 참석한다. 외교부는 “(외교·개발 장관 회의의) 주된 안건이 개발협력과 관련한 이슈라는 점, 우리나라의 참여 전례 등을 감안했다”면서 정 장관 대신 최 차관이 참석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8년 5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 때 조현 당시 제2차관이 참석했다. 2012년 2월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 때도 민동석 당시 제2차관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 G20 외교·개발장관 회의는 코로나 때문에 2년 만에 열리는 대면회의여서 그 때와는 의미가 다르다. 특히 이번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성 장관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외무·개발 장관들이 모두 참석하는 자리여서 문재인 정부가 외교적 성과를 내기 좋은 기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G20 외교·개발장관 회의 불참할 듯”

    공교롭게도 중국 또한 G20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고 뉴스1이 27일 보도했다. 통신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G20 외교·개발장관 회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왕이 외교부장의 회의 참가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없다”는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중국이 G20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 주제가 지난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일대일로’에 맞서기 위해 내놓은 ‘더 나은 세상 재건(B3W)’ 구상과 겹치기 때문에 중국이 참석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참석 안한다니 한국도 장관이 안 가는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전문가 “중국, 일대일로 실체 비판받을까봐 불참…한국은 중국 따라 불참하는 듯”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전문가는 “이번 G20 외교·개발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의 실체가 다 까발려지게 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불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지금까지 사막과 사막을 연결하는 등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추진해 참여한 나라들은 이익은커녕 빚만 졌다. 그나마 수익성이 있다는 쿤밍-말레이반도 철도사업조차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처럼 ‘일대일로’를 통해서는 저개발국의 ‘지속가능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중국의 ‘다자주의’가 허울에 불과한 사실이 들통날까봐 G20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불참하려는 것이라고 이 전문가는 지적했다. 그는 “특히 다자주의를 강조해 온 중국 입장에서 G20 국가들이 다자주의를 내세워 ‘일대일로’ 사업을 비판할 경우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외교장관이 G20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불참하는 것을 두고 이 전문가는 “중국에 동조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을 거론하고, 6월 영국 콘월의 G7 정상회의에서는 ‘일대일로’를 대체할 ‘더 나은 세상 재건’ 구상이 나오는 걸 지켜보기만 한 것을 두고,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한국은 장관 대신 차관을 보냈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G20 외교·개발장관 회의 불참이 중국의 대외정책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제관계전문가인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최근 미러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꽤나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이나 러시아 같은 우방국이 미국 같은 적성국과 만나면 그 내막을 다 알아봤는데 이번에는 러시아와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느낀 중국이 대외활동을 더욱 조심스럽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 교수는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