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 전 차관에 '증거인명교사' 혐의 적용…"자세한 건 피의사실 공표라 못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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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월 5일 법무부 차관 시절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정상윤 기자
경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다만 이 전 차관이 수사에 관해 외압이나 청탁 등을 행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경찰 진상조사단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전 차관과 택시기사 A씨,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서초경찰서 B경사를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밝혔다.서울경찰청에서 기자간담회… 혐의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밝히지 않아경찰은 이 전 차관에겐 증거인멸교사 혐의, A씨에겐 증거인멸 혐의, B경사에겐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단, A씨의 경우 폭행사건의 피해자인 점과 가해자인 이 전 차관의 요청에 따라 블랙박스 영상(증거물)을 지웠기 때문에 검찰에 송치하면서 이를 참작 사유로 덧붙이기로 했다.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밤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는 택시 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을 가했다. 이는 차량 내 블랙박스에 모두 녹화됐다. 이 전 차관은 이틀 뒤인 11월 8일 택시 기사를 만나 합의금 1000만원을 건네며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혐의를 받았다. A씨 역시 합의 이후 영상을 지운 혐의를 받는다.당시 법조계에선 이 전 차관과 A씨에게 각각 증거인멸교사와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 전 차관이 입장문을 통해 "(1000만원은) 폭행 사건의 합의금일 뿐 영상 삭제의 대가는 아니다"는 취지의 해명을 한데다가, 해당 영상이 삭제된 시점이 A씨가 이 전 차관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합의한 뒤였기 때문이다. 특히 A씨가 해당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영상을 복원해 담당 수사관에게 보여줘 혐의 적용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경찰은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교사와 택시기사의 증거인멸 혐의가 인정된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선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해 말할 수 없다"며 "진상조사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조사했다"고만 답했다.아울러 택시기사가 영상을 삭제한 시점을 묻는 질문에도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수사 외압·청탁 밝히기 위해 통화 내역 8000여건 분석경찰은 또 해당 사건과 관련해 내·외부의 부당한 외압이나 청탁이 행사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이를 밝히기 위해 지난해 11월 6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이 전 차관과 당시 서초서 서장 등의 통화 내역 총 8000여건을 분석했다.이중 △사건 처리 시기 △통화 시점 △관련성 △통화 상대방 지위 등을 고려해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는 상대방 57명을 선별해 확인 작업을 벌였다.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이 전 차관이 전·현직 경찰관과 통화한 내역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이 전 차관과 통화한 사람들 가운데 서초경찰서 서장 등 사건 담당자와 통화한 이들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 전 차관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한편 경찰은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서초경찰서 형사 과장의 경우, 혐의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찰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