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소극적 배상 있지만, 정신적 배상 없어"… 5·18 보상자, 다른 명목으로 재판 청구할 수 있어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DB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DB
    헌법재판소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피해보상을 받은 뒤 정신적 손해를 이유로 국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 현행법(옛 5·18보상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27일 광주지법이 '옛 5·18보상법'이 "피해자들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을 두고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1990년 8월 개정된 옛 5·18보상법 16조 2항은 신청인이 보상금 지급에 동의할 경우 민사소송법상 '재판상 화해' 효력이 있다고 간주한다. 재판상 화해가 인정될 경우 피해자는 국가를 상대로 더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옛 5·18보상법을 보면 적극적·소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고려돼 있지만,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은 없다"며 "보상심의위원회가 보상금 등 항목을 산정하는 데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런 내용의 보상금 등 지급만으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헌재는 "정신적 손해와 무관한 보상금 등을 지급한 다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한 관련자의 신속한 구제와 지급결정에 대한 안정성 부여라는 공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부터 정신적 피해를 입은 A씨 등은 옛 5·18보상법에 따라 의료지원금과 생활지원금 등을 보상받았다. 이후 2018년 정신적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면서 ‘재판상 화해’를 강제한 옛 5·18보상법 16조 2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지법은 이를 위헌법률심판에 제청했다.

    한편, 헌재는 2018년 8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을 대상으로도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민주화보상법 18조 2항에도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한 변호사는 "헌재는 재판상 화해를 강제한 부분이 피해자들의 재판청구권을 위헌이라고 본 것"이라며 "한마디로 보상받은 뒤 국가를 대상으로 다른 명목으로 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지, 무조건적으로 새로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물론 피해보상을 한 번 받았던 사람들은 5·18 피해자로 판결됐기 때문에 새로운 보상 청구를 통해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