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서 "민간기업 활력에 주가 성적 최고 기록"5년 새 가계부채 502조 늘어…'역대 최대' 가계부채 1700조엔 침묵
  • ▲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우리 경제의 강한 반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흐름에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더해 올해 경제성장률 4% 이상 달성이 희망사항이 아닌 현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되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 주가 성적이 글로벌 증시에서 최고를 기록한 것은 우리 민간기업의 활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시기에 더욱 중요한 것은 성장을 분배로 연결시켜 코로나 불평등을 완화해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한 문 대통령은 "국민의 삶이 실제로 나아져야 완전한 경제회복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행히 최근 일자리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4월 취업자 수는 6년8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5만 명 이상 늘었다. 일자리 증가의 절반 이상이 민간 일자리인 것도, 또 청년층 취업자 수가 2000년 8월 이후 최대폭으로 증가한 것도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주장했다.

    '경제 허리' 3040 취업자 감소

    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30~40대 취업자 수가 지난달 11만 명 감소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주가 상승과 일부 계층 일자리 증가 지표를 가지고 경제 낙관론을 주장했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때 세계 상위 30% 수준이던 한국의 삶의 질 지표는 4년 만에 50%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글로벌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지수는 130.02를 기록했다. 평가 대상국 83개국 중 42위다. 남아공(39위)·루마니아(40위)·푸에르토리코(41위)보다 낮다.
  • ▲ 2021년 국가별 '삶의 질' 지수. ⓒ넘베오
    ▲ 2021년 국가별 '삶의 질' 지수. ⓒ넘베오
    한국인, 연봉 24년 모아야 '내 집 마련'

    현 정부 들어 삶의 질 지표가 크게 악화한 데에는 집값 폭등과 생활비 부담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넘베오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23.63년이었다. 1년치 연봉을 한 푼도 안 쓰고 저축하더라도 부동산을 사는 데 대략 24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현재 한국은 주택구매자금 마련과 주식투자 열풍에서 기인한 '영끌'과 '빚투' 현상으로 인해 신용대출이 폭증한 상황이다.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인 1700조원을 돌파했다. 카드사 장기대출인 카드론 이용액은 지난해 말 32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2일 "한국의 가계부채 절대규모와 증가율이 높은 수준"이라며 "부정적인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거나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 (한국 은행권의) 가계대출 자산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文, 박근혜 향해서는 "가계부채 최악, 자화자찬 말라"

    문 대통령도 야당 대표 시절이었던 2016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직후 "국민들은 사상 최악의 가계부채,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사상 최악의 전·월세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알고도 대통령이 생방송에서 자화자찬하며 웃을 수는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2016년 당시 1223조7000억원이었던 가계부채는 올해 1726조1000억원으로 5년 만에 502조4000억원이 늘었다. 넘베오 기준 한국의 '삶의 질' 지수는 2016년 21위(170.29)였지만, 5년 만에 지수는 40p 떨어지고 순위도 21계단 곤두박질쳤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활비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넘베오는 구매력·생활비·오염·안전·PIR 등 여러 분야를 평가해 삶의 질 지수를 구한다.

    국민의힘 "지금이라도 고언에 귀 기울여야"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 4년 대통령의 이념과 아집 아래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말 그대로 '꿈'일 뿐이고, 탈원전정책으로 굴지의 기업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며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치솟은 집값과 전·월세로 시름하는데,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세금마저 폭등해 OECD 평균의 2배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과거 문 대통령의 전임자들은 대부분 과거의 잘못된 정책을 버리는 정책전환을 결단함으로써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면서 "지금이라도 고언(苦言)에 귀 기울여 방향에 착오를 되돌리고 무너진 민생을 되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