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장관이 없앤 것을 현임 장관 혼자서 뒤집을 수 있나… 법조계 "합수단 없앤 추미애가 문제"
  • ▲ 박범계 법무부 장관. ⓒ권창회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 ⓒ권창회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의 부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지난해 추미애 전 장관이 폐지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추 전 장관이 라임·옵티머스 사건의 수사를 막기 위해 합수단을 폐지한 것이라는 의심이 일기도 했다. 

    박 장관은 1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합수단을 되살리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수사권 개혁 구조 아래서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부동산 다음은 증권… 자본시장법 위반 사례 염려"

    박 장관은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건 이후 '부동산 다음은 증권'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활황인 것은 좋은 일이지만, 주가조작·허위공시·허위정보를 활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례들이 염려된다"고 합수단 부활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합수단 부활과 관련해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박 장관은 "기본적으로 수사권 개혁의 구조하에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검토하는 차원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증권범죄 전문 수사를 위해 2013년 설립됐다. 금융위·금감원·예금보험공사·국세청 등 50여 명의 전문인력이 검사들과 함께 자료를 분석하며 증권범죄 수사에 앞장섰다. 주가조작·미공개정보와 같은 증권 관련 불공정거래 사범을 대거 적발해 '여의도 저승사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추 전 장관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 축소'를 이유로 해체했다.

    합수단 해체한 추미애… 법조계 "정치적 배경 있는 것 아니냐"

    추 전 장관이 합수단을 해체하자 법조계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었다. 검찰개혁위원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지난해 7월 '범죄의 온상이 된 사모펀드, 원인과 대책은'이라는 제하의 세미나에서 "추미애 장관이 합수단을 폐지한 것은 잘못된 조치"라며 "기존 합수단이 수사하던 금융 관련 사건은 조사부에서 하게 됐는데, 인력 등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적지 않아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도 주장했다.

    박 장관이 합수단 부활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법조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홍세욱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공동대표는 "애초에 추미애 전 장관이 합수단을 없앤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본다"며 "합수단 부활은 당연한 일"이라고 반겼다. 홍 변호사는 "아무래도 박 장관 역시 합수단 부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검토 중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합수단 부활의 배경에 '정치공학적 움직임'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전임 장관이 없앤 것을 박범계 장관이 혼자서 뒤집는다는 결정을 내렸을 것 같지는 않다"며 "아마 정부가 LH 사태에서 민심을 놓쳤는데, 증권시장에서도 실수해서 민심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