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싱다르바오' 영자지 '더 스탠더드' 발행 싱다오 그룹… 中 부동산 재벌에 넘어가펑황 위성TV도 中 정부가 통제하는 즈징원화 그룹에 팔려… "홍콩 언론자유 말살될 것"
  • ▲ 중국이 홍콩 유력 언론사를 인수하며 반중(反中) 여론 차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뉴시스
    ▲ 중국이 홍콩 유력 언론사를 인수하며 반중(反中) 여론 차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뉴시스
    중국이 본토 대기업을 앞세워 홍콩 유력 언론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홍콩의 반중 여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한다고 '밍바오(明報)'가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앞서 중국 당국이 홍콩 내 언론의 자유를 제거해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4월15일 '국가안보교육의 날' 행사, 중국의 홍콩 세뇌작업 시작"

    WP는 지난달 15일 홍콩에서 처음 시행한 '국가안보교육의 날' 행사 소식을 전하며 "중국 당국은 홍콩을 완전히 장악했고, 이제는 세뇌작업을 시작했다"고 평했다. 신문은 "자유롭고 활기찼던 홍콩은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본토와 닮은 전체주의 지역으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WSJ은 지난 3월 이미 이 같은 상황을 예견했다. 당시 WSJ은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 측에 홍콩의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하며, 중국 당국이 홍콩 언론을 장악하려는 조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에는 중국의 부동산 재벌 '카이사 그룹'의 후계자가 홍콩 미디어 재벌 '싱다오 그룹'의 주식 28%를 인수, 최대주주가 됐다. 

    '싱다오 그룹'은 일간지 '싱다르바오'와 영문경제지 '더 스탠더드', 무가지 2종을 거느린다. 이를 두고 SCMP는 "이제 본토 기업의 통제를 받는 싱다오 그룹 매체들은 홍콩에서 중국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즈징원화 그룹, 임원 새 판짜기… 홍콩 출신 내보내고 베이징 출신 이사 3명 임명

    홍콩 '밍바오'가 지난 10일 이와 비슷한 보도를 한 이유는 홍콩 소재 즈징원화(紫荊文化) 그룹 때문이다. 신문은 즈징원화 그룹이 실은 중국정부가 통제하는 기업이라고 보도했다. 

    즈징원화 그룹은 지난 4월16일 다른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펑황(鳳凰)위성TV' 지분 37.9%를 인수, 최대주주가 됐다. '펑황위성TV'를 인수한 즈징원화 그룹은 우선 홍콩인 이사들을 내보내고 본토 출신 이사 3명을 임명했다. 이들은 모두 베이징 출신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새로 임명된 이사들의 주소 또한 베이징 소재 중국 정부부처 건물 등으로 확인됐다"며 "이 가운데 한 명은 쑨광치(孫光奇) 중국 재정부 건설공사 사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쑨광치'의 경우 이름과 생년월일이 똑같다. 세 사람의 주소지는 재정부 청사 아니면 군사과학원 인근으로 확인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언론환경 앞으로 더 악화할 것"... 홍콩 기자들 우려 표명

    홍콩 언론인들은 앞으로의 언론환경에 우려를 표했다. 크리스 융 홍콩기자협회장은 지난 3일 '세계 언론자유의 날'을 맞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언론계에 몸담은 30여 년 동안 지난해 (홍콩 언론의) 상황은 최악이었는데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인 36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난해 홍콩 언론자유지수는 32.1로 2013년 연례 조사 시작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대비 4.1p, 2013년(42.0) 대비 10p 하락한 수치다. 지난 3일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홍콩은 80위를 차지했다. 2013년 58위에서 20계단 이상 하락한 것이다.

    홍콩기자협회는 "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언론인이 기소되는 등 언론자유가 악화했다"며 "설문조사에 응한 367명의 홍콩 기자 중 69%가 중국에 반대되는 의견을 보도하는 것이 불편해졌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