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佛·伊 환영… 'K방역 자화자찬' 文정부, 노하우 없어 특허 면제돼도 1년 이상 걸려
  • ▲ 중국과 러시아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우한코로나 백신 지식재산권(IP) 면제 지지에 호응했다. ⓒ뉴시스
    ▲ 중국과 러시아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우한코로나 백신 지식재산권(IP) 면제 지지에 호응했다. ⓒ뉴시스
    미국 정부의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백신 특허 면제를 두고 각국의 반응이 엇갈렸다. 중국·러시아·프랑스·이탈리아 등은 환영했지만, 화이자를 포함한 제약업계와 독일은 반발했다.

    중국 "WTO 통해 적극적인 논의 기대"… 푸틴 "백신 특허 면제 지지"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백신 접근성 문제에 관한 노력을 지지한다"며 "모든 당사자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왕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근성과 가격 적정성 향상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모든 국가는 전염병에 맞서 싸울 책임이 있으며, 모두가 백신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왕 대변인은 "중국은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나라에 다양한 방식으로 백신을 제공한다. 앞으로도 우한코로나 백신을 공공재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자국이 개도국 백신 공급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러시아는 우한코로나 백신 지재권 면제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에서 "특수한 상황에서는 특허 보호를 해제할 수 있다는 WTO의 특정 규칙에도 부합한다"며 "우한코로나 사태야 말로 특수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정부 관계자들에게 백신 특허면제 문제와 관련한 검토를 지시했다.

    중국과 러시아 외에도 유럽연합(EU) 가운데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이 미국의 백신 특허면제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화이자 등 제약업계 "특허 면제한다고 문제 해결 안 돼… 기존 유통망만 붕괴할 것"

    반면 화이자 등 제약업체와 국제제약협회연맹(IFPMA)은 미국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실망스럽다며 즉각 반발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정부의 백신 특허면제를 두고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불라 CEO는 "백신 특허의 일시포기(면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오히려 생산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며 "우한코로나 백신 생산 증대에서 핵심요소는 특허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 등 30여 다국적 제약회사와 50개국 제약협회들로 구성된 IFPMA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우한코로나 백신 특허면제는 틀린 해답"이라며 "제약회사들이 백신 특허를 포기한다고 해서 백신 생산량이 증가하거나 보건위기가 실제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히려 기존 생산 유통망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KBS가 전했다.

    독일 "특허 면제해도 한계 다다른 백신 생산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

    독일 또한 백신 특허권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정부는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세계에 우한코로나 백신을 공급하자는 목표를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특허권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독일에는 화이자와 함께 mRNA 우한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엔테크사가 있다.

    독일정부는 "백신 생산에 한계가 오는 원인은 생산능력과 고품질 기준이지 특허권이 아니다"라며 "제약회사들이 이미 생산량 증대를 위해 다른 업체와 협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정부는 이어 "백신 특허 보호는 혁신의 원천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제약사 관계자 "특허면제, 제조공정 비밀 빠지면 의미 없어"

    우리나라는 미국정부의 백신 특허면제가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화이자·모더나 등이 백신 특허면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생산 노하우까지 공유하지도 않을 것이고, 백신 원료와 생산설비를 갖추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린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7일 "(우한코로나 백신) 특허를 실제로 풀지, 세부공정과 영업비밀까지 풀지는 두고 봐야 한다. 복제생산한 백신에 화이자 또는 모더나 상표를 붙일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는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백신 제조사들이 특허를 면제해도 드래프트(제조공정의 비밀이 빠진 특허 내용)만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때는 공개된 정보를 갖고 제조사들의 생산 노하우를 찾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개발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백신 특허면제가 된다고 해도 생산 노하우가 없으면 공장 건설에 2년, 시제품 생산에 1년 걸린다"며 "화이자나 모더나의 기술이전을 받아 위탁생산한다고 해도 기술이전과 공정 개발에 4~10개월, 시제품 검증에 2~3개월 정도 걸린다"며 백신 특허면제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