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은 무자격자" 발언… '명예훼손 혐의' 경찰 수사받는 국민의힘 김재섭 "조국은 정의의 가치 훼손, 조민은 교육의 공정성 훼손… 비판받아 마땅하다"
  • ▲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정치카페 '하우스(How`s)'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 ⓒ정상윤 기자
    ▲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정치카페 '하우스(How`s)'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 ⓒ정상윤 기자
    "(최근 검찰에 송치된) 30대 청년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을 마주하게 됐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표현의 자유가 맞는가.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장관처럼 거창한 이념을 이야기했다. 이는 진정성 없는 구호에 불과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 씨를 '무자격자'라고 지칭했다는 이유로 최근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된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김 위원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해, 조국 전 장관의 서울대 법학과 후배이면서 제자다.

    지난해 4·15총선 패배 뒤 출범한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에서 돋보였던 것 중 하나는 '청년'이었다. 김 위원을 비롯, 김병민·정원석 등 청년위원은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의 한 축이었다. 이들은 국민의힘의 변화를 말하는 한편, 정부의 실정 등을 꾸준히 비판했다. '조민 무자격자' 발언도 그 과정에서 나왔다. 

    김 위원이 '무자격자' 발언을 한 때는 조씨가 서울 도봉구 소재 한일병원의 인턴에 합격한 무렵이었다.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인 김 위원은 지난 2월8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를 공개비판했다. "(한일병원은) 큰 병이 났을 때 갈 만한 곳이다. (이곳에) '무자격자'로 불리는 조씨가 온다"고 김 위원이 우려한 것이다. 

    이후 한 시민단체가 김 위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인조사는 지난달 19일 이뤄졌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정치카페 '하우스(How`s)'에서 만난 김 위원은 "(조민 씨가) '무자격자'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최근 김 위원을 대상으로 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혼란스러웠다. 경찰의 수사 배경은 이렇다. 내가 조 전 장관 딸 조민 씨를 비판했다. 이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그래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내가 졸업한 서울대에서 명예훼손죄 등 형사법을 가르쳤던 교수 중 한 명이 조국 전 장관이다. 그만큼 혼란스러웠다. 조 전 장관이 말한 법과 정의가 무엇이기에 제자인 내가 명예훼손으로 곤욕을 치르는가 하는 마음에 당황스러웠다."

    -현재 수사 진행 상황을 말해 달라. 

    "(피고발인조사를 받는 등의) 추가적 진행 상황은 없다. 지난주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도 언론 기사를 통해 알았다. 물론 모 시민단체 대표가 나를 고발했다는 사실은 그 이전에 들었다. 지난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서 '이제 수사를 시작하는구나' 하고 인지하게 됐다." 

    -조민 씨와 관련한 견해에는 변함이 없나? 

    "물론이다.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큰 배경은 '사람에 대한 투자'였다. 국민들이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서 노력하면 좋은 직장을 얻는다는 것. 이처럼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아주 확고한 공정의 상징으로서 교육이 남아 있었다. 이를 훼손한 측면에서 조씨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조씨뿐 아니라 조국 전 장관 일가를 향한 비판 역시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무자격자'라는 세간의 평을 내가 이야기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김 위원은 조 전 장관의 제자다. 비판에 나선 이유는?  

    "학부 시절, 법대 내에서도 유독 법과 정의, 자유 등 거대담론을 많이 이야기한 분이 조 전 장관이다. 당시 나는 조 전 장관의 정치적 스탠스(자세)는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조 전 장관이 당시 정치인은 아니었다. 조 전 장관이 이야기하던 가치들은 법학은 물론 정치·사회에서도 중요하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은 법과 정의, 자유, 민주주의 등의 개념을 가장 최전선에서 가장 많이 해쳤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다. 조 전 장관은 그런 면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가 가르쳤던 정의와 자유 등은 무엇인가. 위선이었나, 아니면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그때그때 만들어낸 말이었나. 이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조 전 장관이 교수로 있던 법대의 한 학생으로서, 또 국민의힘 비대위원으로서 (조 전 장관 일가와 조씨를)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판하고 나섰다."
  • ▲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정치카페 '하우스(How`s)'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 ⓒ정상윤 기자
    ▲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정치카페 '하우스(How`s)'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김재섭 국민의힘 비대위원. ⓒ정상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 비판 전단을 뿌린 30대 남성은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고 한다.

    "숨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그 남성이 뿌린 전단 내용이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욕적인 표현도 전단에 있었다. 그러나 그 표현은 '사인(私人)'을 향한 모욕은 아니었다. 나는 문 대통령이 곧 '개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그 자체로 헌법기관이다. 24시간 공인(公人)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의 말처럼 대통령을 욕해서 국민의 마음이 풀릴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러한 역할을 자임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라는 자리다. 그러나 30대 남성의 검찰 송치까지 이뤄졌고, 이를 (대통령이) 방치했다. 모욕죄는 당사자인 문 대통령이 직접 고소하거나 문 대통령의 대리인이 고소해야 수사가 가능한 친고죄다. 30대 청년은 대통령을 비판·비난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을 마주하게 됐다. 이것이 문 대통령이 말한 표현의 자유가 맞나.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처럼 항상 거창한 이념을 말했다. 그러나 결국 진정성 없는 구호에 불과했다. 위선이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가 안타깝다."

    -정권 이야기를 해보자. 문 정부 인사 중 가장 문제 있다고 생각한 인사가 있나?

    "조 전 장관이다."

    -그 이유는? 

    "나와 송사로 엮였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을 꼽은 것은 아니다. 2019년 (조 전 장관 사태로 인해)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일어났던 국민분열을 생각해 보라. 조 전 장관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다. 집회가 벌어진 당시, 명절을 보내기 위해 모인 친척들은 그 문제로 싸웠다. 대한민국이 반쪽으로 갈라졌다. 법무부장관은 대한민국 법치주의,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최전선에서 지키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야 하는 자리다. 그런 법무장관이 국민을 분열시켰다. 조 전 장관이 해 왔던 일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의 공정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좌절감을 줬다. 이번 문 정부 인사들 중 문제가 많은 이들은 물론 많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와중에도 가장 국민에게 상처를 많이 준 인사는 조 전 장관이다. 조 전 장관은 진보와 민주주의 등의 이야기를 해왔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공정과 계층이동의 사다리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의 교육 정의에 심각하게 의심을 품게 했다. 정치인으로서 이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청년으로서 문 정권을 평가한다면.

    "이번 정부로 인해 청년들이 희망을 갖지 못하게 됐다.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일자리와 주거문제다.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현재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하다. 주거문제도 마찬가지다. 집값이  폭등해 많은 청년은 좌절감을 느낀다. 또 문 정부는 국민들을 편 가르기했다. 계속 나온 논쟁이지만 여성과 남성, 의사와 간호사, 태극기부대와 서초동부대 등의 사례처럼 국민을 계속 분열시켰다. 대통령이라면 국민화합과 국민통합을 위해 가장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