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개최 3주 전부터 한미 양국 온도차… '對 중국' 안보공조 확인해야
  • ▲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다음달 21일로 확정된 가운데 주요 의제를 놓고 양국 간 엇박자 조짐이 나타나면서 '빈손 회담' 우려가 나온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의제를 꺼리는 것이 '엇박자'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일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진전을 위한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방안을 비롯해 경제·통상 등 실질협력과 기후변화·코로나19 등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협력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그동안 추진해왔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미국의 대북정책에 반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 견제'를 강조하는 바이든행정부와, '남북·미북관계 진전'을 바라는 문재인정부가 서로 이견만 확인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미국과 '중국 견제'에 한목소리를 낸 일본 스가 총리가 화이자 백신 1억 회분을 확보하는 외교적 성과를 얻은 것과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美 "한미동맹 더욱 강화해야"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문 대통령의 (다음달) 방문은 한미 양국 간 철통같은 동맹관계와 정부·국민·경제분야의 광범위하고 깊은 유대감을 더욱 부각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함께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긴밀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미국의 대중국 견제 노선의 핵심인 쿼드(QUAD)와 관련해 "정상회담 의제로 정해졌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쿼드는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으로 구성된 지역 안보 협의체다. 이를 주도하는 미국은 현재 한국·뉴질랜드·베트남 등 주변 동맹국도 참여하는 '쿼드 플러스'를 구상 중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이 한미동맹을 더 굳건하게 다지는 한편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28일 바이든대통령은 미 의회 연설에서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미국과 세계의 안보를 저해한다"며 "이런 국가들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외교 및 엄중한 억지력을 동원할 것이며, 동맹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온도차를 보였다.

    '눈치 보기 외교' 백신 확보에 도움 안 돼

    또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개발국의 자국우선주의'와 '강대국들의 사재기' 행태를 비판하며 미국을 간접적으로 겨냥했으나, 미국은 반나절 만에 백신 6000만 회분을 외국에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해 한미 간 '소통부재'와 '엇박자'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세계 각국이 백신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데 정부는 성과도 없이 한미 공조체제마저 흔들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 개발국의 자국우선주의' 운운하며 임박한 한미 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9일 당 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 핵과 쿼드 플러스 참여 등 안보 차원의 의제뿐만 아니라 반도체 투자에서 백신 확보까지, 다루고 얻어내야 할 국가적 의제들이 너무나 많다"며 "언제까지 미중 양국 사이에서 눈치 보기, 줄타기 외교만 고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동맹의 우정과 신뢰를 확인하고, 국익에 필요한 부분을 얻어내고 이해를 구하는, 신중하고 치밀한 전략의 수립이 요구된다"며 "그런데 최근 대통령의 말씀은 너무나 걱정스럽다. 이래서야 어떻게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얻을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