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대국 요청 고려해 대여-무상 협의"… 한국도 백신 요청했는데 文이 비판文, 러시아 백신까지 검토 지시… "엄중한 상황에서, 한미 소통 되고 있나" 의문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우한코로나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개발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강대국들의 사재기' 행태를 비판했으나, 미국은 상반된 입장을 표명해 한·미 간 '소통 부재'와 '엇박자'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은 문 대통령 발언 직후 여유분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000만회분을 외국에 지원하기로 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행정부가 향후 몇달 간 미국에서 생산한 AZ 백신을 공유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AZ 백신이 미국 내에서 승인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향후 몇달 간 우리의 코로나19 대응에서 이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향후 몇주 내에 검토를 끝내면 약 1000만회 분을 우선 배포할 수 있고, 현재 생산중인 5000만회 분 백신은 5~6월에 선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靑, 백악관 계획 사전에 몰랐나

    앞서 문 대통령은 26일 오후 2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여유가 있을 때는 모든 나라가 연대와 협력을 말했지만 자국의 사정이 급해지자 국경 봉쇄와 백신 수출 통제, 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며 "전세계적인 백신 부족과 백신 개발국의 자국 우선주의, 강대국들의 백신 사재기 속"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국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백신 수급난의 원인으로 사실상 미국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됐다.  

    앤디 슬라빗 미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선임고문이 트윗에 "미국은 AZ 백신 6000만회분을 이용가능할 때 외국에 줄 것"이라고 올린 시점은 한국시간으로 27일 오전 2시 6분이었다. 사키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이를 다시 확인한 것은 27일 오전 2시 25분이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결과적으로 미국이 백신을 외국에 나눠주겠다고 공식발표하기 불과 12시간 전, 문 대통령이 백신을 쥐고 놓지 않는다는 취지로 미국을 비판한 모양새가 됐다"고 보도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런 경우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백악관의 백신 배포 계획 발표가 임박했다는 동향 자체를 정부가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았다면 문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文, 알았다면 발언 수위 낮출 수도

    특히 사키 대변인은 "(백신) 대부분을 상대국에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이미 미국에 백신 지원을 요청한 국가들과 1대1 제공을 위해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 역시 미국에 백신을 요청한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정부가 백악관의 이런 계획을 알지 못한 채, 문 대통령이 직접 백신 여유국의 이기심을 공개적 저격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맹관계인 한·미 간 현안의 소통과 조율이 비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 있어서다.  

    또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까지 언급한 상황에서 미국 역시 한국의 이런 급한 사정을 모르기 어려운데, 사전에 귀띔도 해주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한·미 당국자 간 대면 접촉은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매우 제한돼 있다. 미국의 AZ 백신 지원은 갑작스러운 결정이기도 하다.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안보 협의체의 한 축인 인도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 데 따른 것이다.

    한·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엇박자 

    그러나 주요 현안에서까지 양국간에 묘한 엇박자가 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을 오전 8시 공식 발표했는데, 불과 2시간 뒤인 오전 10시쯤 이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미국 국무부 대변인 입장이 나왔다. 이 때가 워싱턴은 일과 시간도 아닌 밤 9시였다는 것은 미일 양국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아울러 외교부는 지난 17일 정의용 장관이 방한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를 만나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고, 미 측이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케리 특사는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신뢰한다"며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케리 특사는 한국에 체류 시간이 24시간도 되지 않는 사이 촘촘한 일정을 소화했는데, 출국 직전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서 한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