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우주선으로 민간우주개발 시대 열어…달 탐사선 업체 선정돼 우주개발시장 확대 선도
  • ▲ 지난해 5월 발사 전에 찍힌 스페이스X의 로켓과 우주선. 왼쪽 끝에 원뿔처럼 보이는 것이 우주선 '크루 드래곤'이고, 원통처럼 보이는 게 '팰콘-9' 로켓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5월 발사 전에 찍힌 스페이스X의 로켓과 우주선. 왼쪽 끝에 원뿔처럼 보이는 것이 우주선 '크루 드래곤'이고, 원통처럼 보이는 게 '팰콘-9' 로켓이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엘론 머스크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재활용 로켓과 캡슐을 사용해 다국적 우주인들을 국제우주정거장까지 실어 나르는데 성공했다. 우주선 재활용을 이뤄낸 ‘스페이스X’는 향후 우주개발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기술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 간다.

    NASA “스페이스X 우주선, 우주인 4명 태우고 ISS 도킹 성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3일 오전 5시 49분(이하 현지시간) 다국적 우주인 4명을 태운 스페이스X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ISS)과의 도킹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의 ‘팰콘-9’ 로켓에는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이 탑재됐다. 이 우주선에는 NASA소속 셰인 킴프러, 메건 맥아더, 프랑스 공군 조종사 출신으로 유럽우주국(ESA) 소속인 토카 페크게,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속 호시데 아키히코가 탔다. 이들을 싣고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케너베럴의 존 F 케네디 센터에서 발사된 우주선은 인도양 상공 425킬로미터에 떠 있던 국제우주정거장(ISS)과의 도킹에 성공했다.

    ‘팔콘-9’ 로켓은 이들을 실은 ‘크루 드래곤’을 ISS로 올려 보낸 뒤 무사귀환 했다. ‘크루 드래곤’은 ISS와 도킹, 태우고 간 우주인들을 내려놓은 뒤 임무를 마친 우주인들을 태우고 오는 28일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ISS에 새로 탑승한 우주인들은 앞으로 6개월 동안 각종 연구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스페이스X와의 파트너십은 훌륭했다”는 게 NASA의 평가였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크루 드래곤·스타 링크·아르테미스…급성장하는 ‘스페이스X’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발사는 지난해 5월 31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스페이스X의 역량은 이것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스페이스X는 2010년 12월 민간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우주선 ‘드래곤’을 지구 궤도에 진입시킨 뒤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2015년 12월에는 ‘팰콘-9’ 로켓의 추진체를 그대로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2016년 4월에는 미국 국방부와 GPS 위성발사 용역계약을, 2018년 6월에는 국가정찰처(NRO·미국 첩보위성 운용·관리 정보기관)와 첩보위성 발사용역 계약을 맺으면서 스페이스X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지금까지 한 번 발사하면 버릴 수 밖에 없던 추진 로켓을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발사비용을 대폭 절감한 것이 미국 정부의 눈에 들었다.

    스페이스X는 그 와중에도 NASA로부터 ISS에 보급물자를 수송하는 일을 맡아 역량을 계속 발전시켰다. 동시에 스페이스X의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 ‘스페이스X 스타링크’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2018년 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인터넷 통신용 위성 1445기를 지구 궤도에 올렸다. ‘스타링크’는 최종적으로는 1만2000개의 위성을 지구 궤도상에 올려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이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100억 달러(약 11조1350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시스템이 완성된 후 전 세계에서 벌어들일 수익은 300억 달러(약 33조 405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때문에 전 세계 투자자들은 ‘스타링크’의 상장(IPO)을 고대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16일에는 NASA로부터 ‘아르테미스 계획’에 필요한 달 탐사 착륙선 개발 계약을 따냈다. 29억 달러(약 3조 2300억원) 상당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유인 달 탐사 계획이다. 이 계획은 1960~1970년대 아폴로 계획과 달리 달 궤도에 ‘루나 게이트웨이’라는 우주 정거장, 달 표면에 영구거주 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 시설이 화성 개발의 전초기지로 사용될 것이라는 게 NASA의 설명이다. 워낙 거대한 프로젝트인 탓에 미국 혼자서 모든 계획을 떠안는 게 아니라 영국, 호주, 캐나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 일본이 참여하는 국제공동개발 계획이 됐다. 블루 오리진, 로켓 랩, 도요타, 노키아 등 세계 각국 기업도 참여하게 됐다. 이런 참여자 가운데 ‘스페이스X’가 맡은 범위는 웬만한 국가 단위를 넘어선다.

    2040년 우주산업 1조 달러 규모 된다는데…한국은 어디 있을까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40년 세계 우주산업 시장규모는 1조 달러(약 111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스페이스X’와 같이 패러다임을 뒤집는 수준의 기업, 최첨단 기술을 가진 기업, 혹은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 보잉 같은 거대 항공우주업체가 아니면 우주산업시장 진입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국의 우주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이 대부분 비상장을 고집하고 있어 투자 또한 어렵다.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 ICT에서 세계 선도그룹에 속했던 한국 기업이지만 우주산업에서는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안 보인다. 그나마 의지와 투자여력이 있는 곳이 한화그룹이다. 실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도 미래사업의 하나로 우주개발을 노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3월 8일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했다. 당시 한화 측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팀장으로, 우주 산업을 지휘할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했다”면서 “세부 사항은 향후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룹 후계자가 직접 뛰어드는 등 한화 측이 아무리 의지를 보여도 정부 유관기관들의 간섭 등으로 인해 우주개발 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국방부 주변에서 나온다. 한화는 물론 국내 기업에 인공위성 및 발사체 관련 원천기술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세트렉아이’와 같은 관련기술업체를 인수합병하고 있다. 한편 정부 부처와 유관기관들은 우주개발을 여전히 군사적 또는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들은 한화 같은 민간 기업이 인공위성이나 발사체 사업 등을 직접 주도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다는 지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