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최고위 당론 의결 실패…'대권' '당권' 등 조건부 합당 의견 나와
  •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권창회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권창회 기자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의 합당 절차와 방식 등을 논의했으나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번주까지 합당 여부를 확정짓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원 상당수가 국민의힘 안에서 안철수 대표의 역할 등 '조건'을 내걸어 합당 논의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 당원들 대부분 합당에 찬성

    국민의당은 2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열고 국민의힘과 합당 관련 당론 의결을 시도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회의 후 "당원 간담회 결과를 공유하고 논의했다. (회의에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25일 서울시당 간담회를 끝으로 일곱 번의 전국 순회 당원간담회를 마친 국민의당은 이날 회의에서 합당과 관련한 당원투표 진행 여부, 합당 조건과 시한 등을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날 저녁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안 대변인에 따르면, 전국 당원 간담회에서는 합당 찬성 의견이 과반을 차지했다. "합당 찬성이 3분의 2, 반대가 3분의 1 정도였다"는 것이다. 안 대변인은 "오늘 밤이나 내일까지 간담회 결과를 종합적으로 수렴할 것이다. 국민의힘과 합당 논의 일정은 적어도 내일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안에서 '안철수 역할' 요구

    당원 간담회에서는 '조건부 합당'을 주장하는 의견이 많았다. 안 대변인은 "우리가 추구했던 중도나 실용 방향이 있어야 하고, 혁신과 공정·개혁이 전제되는 합당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며 "급하게 하지 말고 시기를 보면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조건부 합당에는 안 대표의 다음 행보도 포함됐다. 단순히 흡수합병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전당대회 출마나 대선주자 등 국민의힘 안에서 역할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당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합당하자는 당원이 많았던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다만 안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어떤 당원은 바로 대선후보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안 대표는 이 같은 당원들의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개인 노트북을 들고 와 당원들의 의견을 전부 메모했다.

    "당권이냐 대권이냐" 安 행보도 전당원투표 전망

    서울시장보궐선거 과정에서 안 대표가 공언한 만큼 합당 쪽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합당 조건 등을 놓고 국민의힘과 합의가 남아 있어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 안 대표가 전략상 합당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대선후보들의 행보를 지켜보며 합당 시기를 조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합당뿐만 아니라 안 대표의 다음 움직임까지 전당원투표에 부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날 저녁에 열릴) 최고위에서 전당원투표를 진행하기로 의결할 경우 자동응답시스템(ARS) 등을 통해 합당 여부, 시기, 안 대표의 행보 등을 물을 예정"이라며 "설문조사 방식과 문구 등도 최고위에서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느긋한 상황이다.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후 당 분위기가 고무적인 데다 차기 원내대표와 당 대표 선출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후 "합당 의사가 있는지 국민의당에서 확인해 우리에게 답이 오면, 우리는 찬성한다고 했으니 그쪽 결과에 따르는 것"이라고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