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산하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인지 교육 동영상' 논란... "국가기관이 남성 혐오 조장" 비판
  • ▲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제작한 교육용 동영상에서 '남성은 스스로 가해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등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는 내용이 나오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유튜브 '젠더온'의 '잠재적 가해자와 시민적 의무' 영상 캡쳐
    ▲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제작한 교육용 동영상에서 '남성은 스스로 가해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등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는 내용이 나오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유튜브 '젠더온'의 '잠재적 가해자와 시민적 의무' 영상 캡쳐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에서 제작한 교육용 동영상이 '남성은 스스로 가해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는 등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국가기관이 성차별적 시각을 조장한다"며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양평원 "나쁜 남성들과는 다른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이 시민적 의무"

    1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양평원에서 제작한 동영상이 현재 일부 학교의 교육 자료로 쓰인다고 알려지면서 설왕설래가 있었다. 문제가 된 영상은 지난해 2월 양평원이 공식 유튜브 계정 '젠더온'에 올린 것으로 나윤경 양평원장의 설명으로 진행된다.

    '잠재적 가해자와 시민적 의무'라는 6분42초 길이의 이 영상에서 나 원장은 "성인지 담당 교육기관이나 전문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성인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요즘 적지 않은 수의 남성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왜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합니까'라고 항변하며 성인지 교육을 거부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동영상은 이어 "한국 여성들은 '아빠 빼고 남자는 다 도둑놈이고 늑대'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며 "사회에 나와 남자인 친구·선배·상사를 의심하지 않고 따라 나섰다가 성폭력을 당하면 '네가 조심했어야지', '꽃뱀인가', '자기도 좋았던 거 아니냐'면서 피해 여성을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나 원장은 또 "여성들은 남성들을 의심하고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경험들을 갖게 된다. 그 의심과 경계가 여성의 생존 확률을 높인다"며 "남성들은 그 의심을 기분 나빠 하기보다 자신은 나쁜 남성들과는 다른 사람임을 증명하면서 노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양평원은 이러한 노력을 시민적 의무라고 정의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남녀를 동등한 개인으로 봐야"… "양평원 관련자 징계하라" 청원도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한 네티즌은 "남성에게 가해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을 넘어 무고한 자기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라면 여성을 잠재적 꽃뱀으로 인식해도 되나. 남녀를 동등한 개인이 아닌 이렇게 성차별적 시각으로 바라보다니 어이없다"고 비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설립 취지를 망각한 교육을 중단하고 관련자들을 징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폭력을 중단하라"며 "해당 영상이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에서 정의한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양평원의 실제 미션이 남성 혐오주의 및 여성 우월주의 전파가 아니라면 영상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2003년 설립된 양평원은 양성평등 관련 공무원 교육과 전문 인력 양성 등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이다. 지난해에는 정부 지원금 109억원을 받기도 했다. 양평원 관계자는 논란과 관련 "민원이 들어와 논의하고 있다"며 "입장이 정리되면 홈페이지에 게시하겠다"고 전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피해자의 구체적 진술 등에 따라 나온 고민 상담이나 조언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남성에게 '스스로 가해자 남성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