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지 포브스 인터뷰서 '미국 이주' '이혼' '연기 복귀' 등 파란만장 인생역정 고백
  • 영화 '미나리(Minari)'로 늦깎이 월드 스타가 된 배우 윤여정(75·사진)에 대한 해외 언론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여정이 한국 국적 배우 중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OSCAR)'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고, 역시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배우조합 시상식(Screen Actors Guild Awards, SAGA)'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ritish Academy Film Awards, BAFTA)'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해외 유수 언론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AP통신, 뉴욕타임스, 벌쳐, 버라이어티 등 저명한 외신들과 대화를 나눈 윤여정은 이번엔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브스(Forbes)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종심(從心)을 넘긴 나이에 각종 트로피를 휩쓸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소감과 함께, 순탄치 만은 않았던 자신의 연기 인생 전반을 풀어냈다. 13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덕분에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윤여정은 통역없이 각종 외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오스카는 올림픽 아냐… 배우들 간 경쟁, 달갑지 않아"

    윤여정은 12일(현지시각)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을 놓고, 다른 배우들과 경쟁을 벌이게 된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우로 꼽히고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는 "솔직히 배우들 간의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Honestly, I don’t like competition, especially between actors)"며 "그들은 각기 다른 영화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어 비교할 방법이 없다(They’re all playing different roles for different movies. There’s no way to compare)"고 말했다.

    윤여정은 "조연상 후보로 지명된 것만으로도 우리 다섯명 모두가 승자(Just being nominated, all five of us are winners actually)"라며 "사람들은 서로 경쟁하는 걸 좋아하는데, 난 그게 싫다. (아카데미 시상식은)올림픽이 아니다. 난 그들 모두 훌륭한 연기를 펼쳤을 것이라고 확신한다(People like to compete with each other. I don’t like that. It’s not the Olympics. Every individual has their own role for the different movie. I’m sure they did a brilliant job)"고 덧붙였다.

    "귀국 후 '이혼녀' 딱지로 고생… 생계 위해 배역 안 가리고 연기"   

    윤여정은 '미국 이주'와 '이혼' 등 평범하지 않았던 삶을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인생의 굴곡과 경험들이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197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다 가수 조영남과 결혼한 후 잠시 연기와 단절된 삶을 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 한국에서 여배우가 결혼하면 배우로서의 경력이 끝나는 분위기였다(Back in old days in Korea, when you get married, your career is over, especially actress)"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 그만 둘 생각이 없었지만 미국에서 공부하는 남편을 돕기 위해 배우 생활을 접고 평범한 가정주부가 됐다"고 회상했다.

    윤여정은 "이혼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사람들은 저란 존재를 잊어버린 상태였다"며 "특히 당시만 해도 이혼이라는 것은 일종의 주홍글씨와도 같았기 때문에 연기 복귀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다(It was terrible because people all forgot about me and I’m the divorcée in Korea. Back in that time, the divorcée is like the scarlet letter)"고 말했다.

    윤여정은 "이혼한 여자는 결혼이라는 약속을 깨고, 남편에게 순종하지 않은 '고집 센 여자'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TV에 나오기는커녕 직장을 가질 기회조차 없었다(That woman is strong-headed woman. She should obey to husband and she should promise marriage commitment. She broke the commitment, so I don’t have a chance to come on the television or I don’t have a chance to have a job)"고 토로했다.

    당시 자신에게 아무도 일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린 그는 "두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얻으려고 노력했다(I tried to get any role, just in order to feed my two boys)"며 "그렇게 20년 전 스타로 활동했을 때의 자존심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지냈고, 그때부터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다(I don’t care about the pride of who I was before when I first debuted and I was a star 20 years ago. It was all gone. I became a very mature person from that time, I think)"고 말했다.

    "'美 오스카 시상식' 참석 계획 말하니‥ 아들이 '증오범죄' 걱정"

    윤여정은 현재 전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윤여정 "두 아들 모두 한국계 미국인인데, LA에 사는 아들이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저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아들이 말하길 '어머니는 나이 많은 여성이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주로 노인들을 노린다'고 했다(You might get hurt on the street or something like that. Who knows? You’re an old woman. They’re aiming old woman)"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 아들은 경호원을 대동할 필요성까지 언급했다"며 "이런 상황은 정말이지 끔찍하다"고 말했다.

    '장희빈' '화녀'로 호평… 이혼 후 다양한 캐릭터 도전, '제2의 전성기' 구가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은 1971년 MBC 드라마 '장희빈'에서 장희빈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스크린 데뷔작 '화녀(1971년)'가 호평을 받으면서 브라운관과 충무로를 넘나드는 연기파 배우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13년 만에 이혼한 뒤 두 아들과 함께 귀국해 연기자로 복귀했다. MBC 드라마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KBS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 등 인기드라마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진 그는 영화 '바람난 가족', '꽃피는 봄이 오면', '오래된 정원', '가루지기', '여배우들', '하하하', '돈의 맛', '계춘할망', '죽여주는 여자'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연기활동으로 필모그래피를 넓혀왔다.

    지난달 3일 개봉한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으로 열연한 윤여정은 각종 영화 관련 시상식에서 총 37개의 트로피(여우조연상)을 들어올리며 75세의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 '보그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