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재산 등록 반대청원' 운동… 교사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황당한 요구"
  •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진행하고 있는 '교원‧공무원 재산 공개 철회 촉구 전국 교원 청원운동'에 1주일 새 3만 명 넘게 동참했다. 사진은 한국교총 홈페이지 온라인 청원운동 화면에 소개된 '교원·공무원 재산 공개 철회 청원 이유 및 요구' 내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진행하고 있는 '교원‧공무원 재산 공개 철회 촉구 전국 교원 청원운동'에 1주일 새 3만 명 넘게 동참했다. 사진은 한국교총 홈페이지 온라인 청원운동 화면에 소개된 '교원·공무원 재산 공개 철회 청원 이유 및 요구' 내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추진하는 '교원 재산공개 철회 촉구 청원운동'에 1주일 새 3만 명이 넘게 동참했다. 공직자의 부동산 부패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정부가 모든 교원의 재산 등록을 강제하겠다고 나서자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정부, 부동산 부패 차단 외치면서 전 공무원 재산 등록 의무화 예고

    지난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최우선적으로 공직사회의 부동산 부패부터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면서 "재산등록제도를 모든 공직자로 확대해 최초 임명 이후의 재산 변동사항과 재산 형성과정을 상시적으로 점검받는 시스템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부터 재산 등록 의무가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이를 개정해 교사와 9급 공무원까지 재산을 등록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한국교총·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반대 견해를 표명했다. 특히 한국교총은 지난 5일부터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과 예비교사 등을 대상으로 '교원‧공무원 재산공개 철회 촉구 전국 교원 청원운동'에 돌입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한국교총의 '교원 재산공개 철회 촉구 청원운동' 참여 3만 명 돌파

    12일 한국교총에 따르면 이날 기준 청원운동에 동참한 교원과 예비교원이 3만 명을 넘겼다. 이들은 우선 오는 30일까지 청원운동을 진행한 뒤 취합된 결과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최근 정부는 LH 사태를 빌미로 전 교원‧공무원 재산 등록이라는 졸속 대책을 내놨고, 여당은 관련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며 "부동산 투기를 예방‧감시해야 할 정부가 그 실패의 책임을 교원‧공무원에게 전가하고 희생양까지 삼는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원을 잠재적 투기자 취급, 자긍심까지 훼손"

    현재 교사들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부패방지법'에 따라 스승의날 카네이션 한 송이나 커피 한 잔 받는 것도 금지됐다. 아울러 학교장은 매년 두 차례 전 교직원과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청렴도 설문조사도 실시한다. 여기에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의 재산 등록까지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한국교총의 의견이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과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본부 인근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 법제화, 차등성과급 폐지, 교원평가 폐지 등과 함께 '교원 재산 등록 반대 운동'에도 뜻을 모았다. 다만 그 방법은 각자의 방식대로 펼쳐나가기로 했다.

    하 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교원 등을 잠재적 투기범으로 취급하고 자긍심까지 훼손하는 일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도하고 비상식적인 재산 등록 대책과 법안을 끝까지 대응해 반드시 철회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현장 교사들 "교사도 국민… 기본권 침해 말라"

    일선 교사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전모 교사는 "업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투기 등 사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직군에 한해 조치를 취해야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모든 공무원의 재산을 등록하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교사와 같은 공무원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국민의 기본권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하려는 방침은 절대 따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김모 교사는 "전 세계 어디에도 모든 교사의 재산을 정부에 등록하라고 요구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모든 공무원 재산 등록은 너무 공산주의·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재산등록자의 범위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