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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메세나협회 제11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희근(75) 벽산엔지니어링 회장.ⓒ한국메세나협회
한국메세나협회 제11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희근(75)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화재·미술품 물납제'에 "물납이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시기와 법, 기술적인 문제만 남았다"고 밝혔다.
김희근 한국메세나협회 신임 회장은 10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립현대미술관 또는 국내 미술관들의 연간 미술품 구입 예산으로는 세계적인 미술품을 컬렉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속세를 납부하려면 결국 옥션을 통해 판매가 될 텐데, 이를 통해 작품들이 다시 해외로 나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문화자산 보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간송문화재단이 재정난으로 보물 2점을 경매에 내놨지만 유찰돼 결국 국가 예산으로 사들였다. 이후 문화계는 물납제 도입을 요구해왔으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로 고인의 소장품에 관심이 커지면서 물납제 화두를 환기시켰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등 10여개 문화예술계 단체는 지난 3일 물납제 제도화를 위한 대국민건의문을 발표했다.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는 현행 부동산과 유가증권에 한정돼 인정되고 있는 상속세의 물납요건에 문화재·미술품 등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김 회장은 "부동산은 공시지가로 세금 물납이 되는데 미술품은 왜 안 되는가. 세금 납부를 위해 작품이 해외로 반출되면 그것대로 뭇매를 맞게 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인데, 관망하고 있다. 감정에 대한 이슈가 정리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힘만으로 문화예술 발전의 모든 것을 이끌어갈 수 없다. 메세나 활동은 국가의 손이 닿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을 기업과 기업인이 채우는 행위인 만큼 더 많은 기업이 메세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세제 부분의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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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근 한국메세나협회 신임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간담회에서 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국메세나협회
김 회장은 음악, 미술,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후원활동을 하고 있는 메세나인(人)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현악 합주단체인 세종솔로이스츠 창단의 산파 역할을 하고 지금까지 후원을 이어오며 클래식 음악발전에 기여했다.
윤상윤, 한경우, 김성환, 김명범, 이재이, 양혜규, 이완 등 유망한 미술 작가들을 다년간 지원해 한국 현대미술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2011년부터는 '벽산희곡상'을 운영하며 기업의 지원이 취약한 '희곡' 분야의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밖에도 2017년 미국 LACMA에서 진행한 한국 미술사 프로젝트를 후원했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2011년 메세나대상 '메세나인상', 2013년 '몽블랑 예술후원자상', 2020년 '서울특별시 문화상 문화예술후원자상'을 수상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보다 더 혼란한 일들이 역사상 많았다. 기업의 경영 환경이 힘들어지긴 했으나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걸맞은 문화예술 소양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며 "뉴노멀 시대를 맞아 기존의 패러다임을 탈피한 새로운 문화공헌의 유형을 찾아 메세나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경제와 예술의 균형 발전을 목표로 1994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2021년 3월 기준 229개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김 회장은 3년간의 임기 동안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메세나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활동 중인 서울, 경남, 제주, 대구, 세종시에 이어 부산과 광주에서도 메세나 단체 설립을 지원해 문화예술의 지역편중을 해소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전국의 중소·중견기업들에 대기업에서 해왔던 좋은 사례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연합해 메세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