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환경적·생태적 관점에서 최악의 공항 후보지… 5조원 인천공항의 7배 '28조 비용 논란'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선상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선상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찾았다. 삼척동자가 봐도 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토부가 의지를 가지 못하면 원활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예정인) 2030년 이전에 완공시키려면 속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 가덕도 신공항 반대 보고서를 낸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 대한 공개 질책이라는 해석이다.

    국토부는 이달 국회에 제출한 ‘가덕공항 보고 문건’에서 가덕도가 “해상매립공사만 6년 이상의 난공사가 예상되며 김해신공항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가덕도 신공항 반대  입장을 취했다.
     
    대규모 국책사업이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결정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지만, 가덕도 신공항(동남권 신공항)만큼 정치논리에 따라 휘둘려온 국책사업은 유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 김해공항이 포화상태를 맞으면서 영남 남부권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2002년 대선에서 부산 신공항 추진을 공약 사항에 넣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후 남부권 신공항에 대해 공식적인 검토를 시작했다.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도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노무현 정부에 이어 2차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여야의 지지를 받게 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이후 후보지 선정을 두고 극심한 지역갈등 양상으로 번졌다.

    대구·경북, 경남 일부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밀양을 지지했고, 부산은 부산 영내에 있는 가덕도가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는 35개 후보지 중에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선정해 타당성 조사를 벌였지만, 두 곳 모두 타당성이 미흡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는 결국 2011년 4월 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했다.

    부산지역 표몰이의 희생양이 된 가덕도


    종결되었나 싶었던 신공항 건설 문제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모두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또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4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토부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2015년 6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신공항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겼다.

    1년 동안의 연구조사를 마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은 2016년 6월 21일 ‘동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는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의 김해공항 왼편에 새로운 활주로를 하나 더 건설한다는 사실상의 ‘김해신공항’ 건설 계획을 추진함으로써 동남권 신공항 부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던 가덕도 신공항 문제는 2018년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다시 불거져 나왔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재추진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오거돈 부산시장과 송철호 울산광역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이른바 ‘부울경’ 민주당 지자체장 3명이 이른바 ‘동남권 상생협약문’을 체결한 것이다.

    이들 부울경 지자체장 3인은 이듬해인 2019년 6월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만나 “김해신공항 적정성 문제를 총리실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그 검토 결과를 따르기로 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문제를 총리실로 이관함으로써 또다시 정치적 고려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국무총리실로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작년 11월 17일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6년 이명박 정부에서 결정된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결정을 사실상 백지화해버렸다.

    이처럼 가덕도 신공항 계획은 선거 때마다 부산·경남 지역 표몰이를 위한 정치이슈에 이용되면서 죽었다 살아나기를 거듭했다.

    부산시가 계산한 공사 액수보다 4배나 많은 28조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 정부에서는 비록 대통령 공약사업이었지만 실제 추진에 있어서만큼은 경제논리에 따라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신공항 후보지 검토 평가에서 가덕도는 두 번 다 최하점수를 받았다.

    2011년 3월 이명박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한다”라는 최종 입장을 발표했을 때 가덕도와 밀양 신공항 부지는 입지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50점(최저 통과점수) 이하를 얻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가덕도는 38.8점, 밀양은 39.9점으로 두 군데 다 낙제점수였다.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한 파리공항공사엔지니어링의 타당성 검토에서 가덕도는 1000점 만점에 581점으로 역시 꼴찌 점수를 얻었다(2개 활주로 기준).

    이처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공약으로 추진했던 동남권 신공항을 섣불리 추진하지 못한 것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밀양의 경우 산을 10개나 깎아내야 하고, 가덕도는 평균 수십 18m의 바다를 메워야 하는데 따른 환경적·경제적 부담 때문이었다.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건설비가 7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발표했지만, 국토부는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부산시가 계산한 액수보다 4배나 많은 28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계산을 내놓았다. 참고로 인천공항 건설에 5조6000억원이 투입되었다.

    “해수면에서 10층 높이로 성토… 막대한 비용과 환경파괴”


    현재로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찬성과 반대 근거의 주요 논점이 경제적인 측면에 맞춰져 있지만, 사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환경문제라고 할 수 있다. 환경과 생태적 측면의 피해는 수치로 가늠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가덕도 신공항의 부지는 바다가 43%를 차지한다. 국토부는 보고서에서 “수심과 활주로 표고 등을 고려할 때 최대 106m 깊이에 1억4200만㎡ 매립이 필요하며 이는 김해신공항 성토량의 8배”라고 밝혔다. 더구나 활주로가 “2번 이상 외해에 노출돼(바다-땅-바다) 침하 발생 가능성도 매우 크다”며 “이런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공항 후보지의 평균 수심이 18m라고 하지만, 활주로 설계 높이까지 흙을 쌓는 평균 성토는 87m로 인천공항(13m)의 6.7배에 이르기 때문에 산과 바다의 훼손이 막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활주로가 외해에 위치할 경우 해일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해수면 위 약 10층 높으로 활주로를 높여야 하는데 막대한 흙과 돌이 필요하며, 이 높이로 성토를 하려면 경사면 길이만 185m로 길어진다는 설명이다. 활주로가 해수면과 높아질수록 항공기 안전에도 불리하다.

    또한 국토부는 “해양 매립으로 생물 다양성, 보호대상 해양생물 서식지 등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해양생태 1등급 지역이 훼손된다”며 “해상매립에 필요한 토석 확보를 위해선 국수봉(269m), 남산(188m), 성토봉(179m)을 깎아야 하고 이 경우 절벽 등 1등급 생태자연 훼손도 불가피하다”고 보고서에 밝혔다.

    우리의 양심과 양식(良識)이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1970~80년대 유행했던 서해안의 대규모 간척사업을 더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간척으로 얻은 농토 혹은 공장용지보다 갯벌이 주는 이득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국토 폭이 좁은 반도지형에서 동서를 가로지르는 한강 같은 풍부한 수량의 강이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산과 계곡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 전문가는 또한 “가덕도는 대구와 숭어의 산란지인데 가덕도가 매립되면 해류가 바뀌게 되고 생태계 교란이 발생하게 되면 가까운 낙동강 하구 전반에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가덕도 북쪽 낙동강 하구 전체가 도래지일 뿐 아니라 4km 인근에 유명한 철새 도래지인 주남저수지가 있기 때문에 항공 안전과 조류의 생태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반 침하에 따른 천문학적인 유지비용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사)한국항공정책연구소 등에 가덕도 동쪽 해상의 연약지반은 최저 21.3m에서 최고 49m까지 깊이로 두터운 연약지반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오사카에서 40km 정도 떨어진 간사이 공항은 바다를 메워 만든 공항이다. 하지만 개항 6년 만에 11m의 지반 침하가 발생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침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간사이 공항은 내려앉은 지반을 떠받치기 위해 매년 철기둥과, 철구조물을 설치하고 있는데 연간 2천7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 환경적, 생태적 관점에서 최악의 후보지인 가덕도 신공항을 민주당이 부활시켜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에는 야당도 한패가 되어 막을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김해신공항’이라는 경제적이며 현실적인 대안이 있는 상태에서 해류와 태풍의 길목을 매워 새로운 공항을 만드는 것은 국토와 환경, 후손에 대한 중대한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우리의 양심과 양식(良識)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