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김 전 차관 사건 관련 피의자 이성윤‧이규원 공수처에 이첩… 김 처장, "묵히지 않겠다"면서도 직접 수사 가능성 열어둬
  • ▲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월 19일  후보자 시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데일리DB
    ▲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월 19일 후보자 시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데일리DB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이 현직 검사 신분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로선 '공수처법 위반' 소지를 피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인데, 공을 넘겨받은 김진욱 공수처장의 결단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로선 공수처 검사 인선조차 마무리되지 않아 당장 수사 착수가 불가능한 상황. 김 처장이 초반부터 정권 수사를 뭉갠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검찰로 사건을 재이첩하는 방안이 최선의 선택지로 전망된다. 

    檢 "공수처법 따라 사건 이첩" 정당성 확보 나서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날 "공수처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과 관련된 사건 중 검사에 대한 사건은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법 25조 2항은 '수사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첩 대상에는 이성윤 지검장과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 등이 포함됐다. 
     
    이 지검장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안양지청에게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 지검장을 지난달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고, 현재까지 총 3차례 이 지검장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이에 응하는 대신 지난달 28일 '수사 중단 외압은 사실 무근'이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해 수원지검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법에 따라 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 달라"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과정에서 법무부에 제출할 출금 요청서에 허위 사건번호 등을 기재한 혐의를 받는 이규원 검사도 공수처 이첩을 요구하고 있다. 

    공수처, 수사 인력 미비… 검찰로 '재이첩' 가능성 커  

    검찰은 수사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우선 공수처에 이첩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법이 지난 1월1일자로 시행돼,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범죄 혐의를 발견할 경우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현재로선 검찰이 수사를 계속 이끌어갈 법적 명분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의 이 같은 결정은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재이첩 받는 수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현재 공수처가 수사관‧검사 등 수사 인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공수처 수사팀 인선은 내달께나 마무리될 예정이다. 물리적으로 4월까지는 수사 개시가 불가능한 셈이다.  

    만약 김 처장이 공수처 인선 작업을 이유로 김 차관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지도, 재이첩하지도 않은 채 한 달을 뭉갠다면 '권력비리 방탄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차라리 빠르게 공수처에 우선 이첩해 김 처장에게 공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김 처장은 '공수처 1호 수사'부터 여론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이 사건은 검찰에 재이첩하는 게 가장 무난한 결정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진욱 "묵히지 않을 것… 공수처, 수사능력 전무한 상황 아냐"

    한편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서 검찰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이첩 조치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과 관련 "미리 말할 수는 없지만 (사건을)묵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건 기록을 보고 내용을 파악한 뒤 현시점에서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처·차장이 법조인이고, 파견 수사관도 10명이 있다. 현재 공수처가 수사 능력이 아주 없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직접 수사 가능성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