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공수처가 중복되는 사건을 수사하고 있을 때'에 한해 공수처 강제이첩권 발동'김학의 사건' 현재 공수처 수사 안 해 이첩 불가… "이성윤 시간 끌기, 나쁜 선례" 지적
  •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데일리 유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데일리 유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마찬가지로 핵심피의자인 이규원 검사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받겠다'고 주장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사건 이첩과 관련 대검과 공수처의 조율이 진행 중이고, 검사 채용 등 공수처의 조직 구성 자체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이첩 요구는 사실상 '시간 끌기'가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2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현재 김학의 출금 사건과 관련 대검찰청과 협의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다만 향후 이 사건의 공수처 이첩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 지검장도 말씀하신다고 하니 조만간 대검으로부터 협의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김 처장은 "공수처법 25조 2항에 의하면 검사의 고위공직자 혐의가 발견되면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학의 출금 사건과 관련 피의자로 전환된 이 지검장과 서류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는 해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달라고 요구했다.  

    '검사도 없는' 공수처에 이첩 요구한 이성윤

    이 지검장은 지난 26일 수원지검에 제출한 진술서를 공개하며 '김학의 출금 사건을 공수처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은 "공수처법은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이를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과 이 검사가 사건 이첩을 요구하는 근거는 공수처법 25조 2항이다. 이 조항은 '공수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이와 관련, 대검과 공수처 간 논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검과 공수처는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시점'을 언제로 볼지를 두고 의견을 조율 중이다. 

    이 지검장 측은 '수사해야 할 사항이 구체화했다면 범죄혐의를 발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기소 시점이 혐의를 발견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사건 이첩의 주제가 공수처가 아닌 검찰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25조 2항에 근거할 경우 검찰이 먼저 사건을 넘겨줘야 한다는 말이다. 김 처장이 "조만간 협의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수처법에는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사건을 강제로 가져올 수 있는 강제이첩권이 있지만, 이 경우도 '검찰과 공수처가 중복되는 사건을 수사하고 있을 때'로 제한한다. 공수처법 24조 1항은 공수처와 중복되는 사건을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할 경우 공수처장의 판단으로 이첩할 수 있다고 정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아직 조직 구성조차 완료되지 않은 공수처는 현재 김학의 출금 사건 수사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강제이첩권을 발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검사와 수사관 채용면접을 앞둔 상태로, 오는 4월에야 수사팀 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공수처가 검찰로부터 김학의 출금 사건을 넘겨받는다고 해도 사건을 재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즉시 수사에 착수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법조계 "시간 끌기… 이성윤, 나쁜 선례"

    이 때문에 이 지검장의 이첩 요구가 결국 '시간 끌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검장이 공수처의 수사가 가능할 때까지 수원지검의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이첩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지검장의 이첩 요구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지검장의 사례처럼 향후 검찰 수사를 받는 고위공직자가 수사지연을 목적으로 공수처 이첩으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된다면 사건 검토를 새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면서 "이 지검장이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고, 목적은 뻔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향후 이어질 검찰의 정권 수사에서도 이런 경향이 이어진다면 공수처 설치 이전부터 야권에서 우려하던 대로 공수처가 결국 '정권사수처'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