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평가서 '이용률·판매단가' 낮춰라" 지시… 원전 조기 폐쇄 윗선 조직적 개입 정황
  • ▲ 검찰. ⓒ정상윤 기자
    ▲ 검찰. ⓒ정상윤 기자
    검찰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 산업부 공무원들로부터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 등 '윗선'의 조직적 관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조선일보는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2018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원전담당 고위공무원에게 "월성 원전 1호기를 당장 가동 중단시킬 수 있도록 원전 관련 계수(係數·수치)를 뜯어 맞춰라. 한국수력원자력을 압박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채 전 비서관은 2018년 4월께 당시 산업부 박모 에너지정책실장에게 월성 원전 1호기 즉시 가동 중단을 위한 '수치조작'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을 낮추기 위해 경제성 평가의 이용률과 전력 판매단가를 낮게 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원전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에 압력을 넣으라는 식의 언급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 2명도 같은 시기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의 문모 국장(구속 기소)과 정모 과장(불구속 기소), 김모 서기관(구속 기소)에게 비슷한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로부터 이 같은 지시를 받은 산업부 공무원들은 한수원 직원들이나 경제성 평가기관 관계자들에게 "월성 원전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할 수 있도록 경제성 결과가 낮게 나와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한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5월3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용역을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처음에는 경제성을 2772억원으로 평가했지만,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과 수차례 회의를 거치며 같은 해 6월11일 최종평가에서는 –91억원으로 결론냈다. 

    이는 원전 경제성 평가의 핵심수치인 이용률(85%→60%)과 전력 판매단가(1kWh당 평균 63.11원→51.52원)를 회의를 거칠수록 낮춘 탓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 백 전 장관의 개입 정황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중앙일보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가 지난 8일 백 전 장관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2018년 산업부 원전정책 담당 공무원들의 진술 내용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산업부 공무원 중 일부는 검찰 조사에서 수치가 바뀐 이유와 관련 "백 전 장관의 지시나 관여가 있었다. 백 전 장관에게 이 과정을 일일이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검찰은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낮추는 과정에 조작 정황이 드러난 다수의 증거물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 감사 전 관련 문건 530개를 삭제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된 3명 중 정모 과장은 '2018년 4월 백 전 장관에게 월성 원전 1호기를 약 2년 반 동안 계속 가동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백 전 장관은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백 전 장관의 이 같은 지시 역시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은 지난 9일 대전지법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지만, 더욱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