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들어오면 하루 20만명씩 백신 접종… 의료진 업무 더 늘어나는데"
  • ▲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의 모습. 검사를 받고 있는 시민의 너머로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이 늘어서 있다. ⓒ권창회 기자
    ▲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의 모습. 검사를 받고 있는 시민의 너머로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이 늘어서 있다. ⓒ권창회 기자
    정부가 우한코로나(코로나19)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의료진에게 "확진자 수를 줄여 해결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의료진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 없이 확진자 감소만 기대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는 확진자가 감소하더라도 우한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방역에 신경 써야 하는 데다, 수천만 명에게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등의 업무가 쌓여 정부가 '공수표'를 뿌렸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의료진 소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환자 수를 줄이는 것"이라며 "환자 수가 줄어들게 되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에 투입되는 의료인력이나 방역인력 소진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은 국내에서 우한코로나 확진자가 보고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윤태호 "백신이라는 무기로 확진자 줄여 의료진 문제 해소"

    윤 반장은 또 "효과성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작년에 없던 '백신'이라는 새로운 무기가 주어지기 때문에 확진자 수를 줄여나가면 전체 의료인력 소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현장에서의 의료인력들의 여러 가지 문제는 현장의 목소리들을 계속 경청해 노고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윤 반장의 발언을 '공수표'로 본다. 뾰족한 대책 하나 발표된 것이 없었으며, 현장에서는 꾸준히 인력부족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지적하는 인력부족의 대표적 사례는 역학조사단이다. 지난달 초, 3차 대유행으로 인해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역학조사가 한계를 맞았다. 지난해 12월1일부터 14일까지 역학조사로 감염경로를 밝히지 못한 '스텔스' 확진자는 22.3%에 달했다.

    같은 해 8~9월 2차 유행 당시에도 스텔스 확진자는 28.1%에 치달았는데,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불과 3개월 만에 같은 일이 또 반복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인·경찰·공무원까지 역학조사에 투입하겠다"며 대책을 내놨지만, 전문인력이 아닌 인원이 투입돼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임시 선별진료소 운영 한 달, 102만 건 검사 이뤄져

    정부가 숨은 감염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도 제대로 지원이 안 돼 의료진의 피로를 배가시켰다. 

    지난달 14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임시 선별검사소는 서울 56곳, 경기 75곳, 인천 13곳으로 수도권에서만 144곳이 운영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102만 건의 검사가 이뤄졌다.

    임시 선별검사소는 지난 17일까지만 운영하기로 했으나 설연휴특별방역기간(2.1~14)이 종료되는 다음달 14일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의 피로감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의료진 과로사할 수 있어"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윤 반장의 발언이 의료진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윤태호 반장은 '백신'이라는 무기가 있으니 의료진의 피로가 줄어들 것이라 말했는데, 이는 거짓말이나 다름없다"며 "백신이 들어오면 지금과 같은 업무를 보는 상태에서 '백신 접종'이라는 새로운 업무가 추가되는 셈인데, 대체 어떻게 의료진의 피로가 덜어질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부는 오는 9월까지 우선접종 대상 최소 3200만 명, 최대 3600만 명에게 백신을 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 역시 의료진의 피로도를 고려하지 않은 계획"이라며 "의료진이 과로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접종 대상을 최소치인 3200만 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모든 인원이 접종을 완료하려면 한 달에 평균 400만 명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 일주일에 100만 명이며, 주5일제로 계산하면 하루에 20만 명씩 백신을 맞아야 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의료진을 위해 반드시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은퇴한 의사·간호사를 우선적으로 설득해 코로나19 현장으로 보내고, 군의관과 민간병원 의료진도 설득해 최대한 인력을 모아야 한다"며 "이 상태로 1년을 더 보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