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20년 9월 무임승차 누적 손실액 1조9000억원, 노인 인구 증가 등 원인
  • ▲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손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정부가 일부 국비 보전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손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정부가 일부 국비 보전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권창회 기자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정 무임승차 제도로 인한 손실이 매년 크게 증가하는 탓이다. 여기에 올해는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요금 인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정부에게 손실 비용을 보전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지하철 1~8호선 이용자 가운데 무임승차 인원은 14억4371만 명이다. 같은 기간 무임승차에 따른 누적 손실액은 1조9326억 원에 이른다. 2016년 3442억 원, 2017년 3506억 원, 2018년 3540억 원, 2019년 3709억 원 등 해가 거듭될수록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액이 커지는 상황이다. 2019년만 따져도 그해 서울교통공사 당기순손실(5865억 원)에서 무임승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63%에 달한다.

    정부 정책으로 무임승차 혜택자는 느는데… 국고 지원은 '0원'

    법정 무임승차 제도는 지난 1984년 65세 이상 노인에게 최초로 제공됐다. 이후 1985년 국가유공자, 1991년 장애인, 1995년 독립유공자, 2002년 5‧18유공자, 2005년 특수임무유공자로 확대됐다. 이는 정부가 사회적 약자에게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교통복지'의 취지로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로 인한 손실 비용은 서울교통공사를 포함한 전국 6개 광역시 교통‧도시철도공사 스스로 부담하는 상태다. 반면 공기업인 코레일은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의 60%가량을 매년 정부에서 보전받는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하철 1호선의 경우, 국철 구간은 국비를 지원하지만 도철 구간은 지원하지 않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사회 고령화로 인해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점이다. 무임승차가 처음 도입된 1980년대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3.9%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현재는 15.7%로 늘어났다. 통계청은 오는 2025년 20.2%, 2030년 25.0%, 2035년 29.5%, 2040년 33.9%까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까지 덮쳐 상황 악화… 국비 보전 법안 통과는 요원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라는 변수도 생겼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취하면서 시민들의 이동량이 적어졌을 뿐만 아니라 기업도 재택근무 비중을 늘리면서 지하철 이용자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게다가 방역 관련 추가 비용까지 발생하면서 서울교통공사의 자금난은 가중되는 실정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도시철도법 개정으로 노후시설‧차량에 대한 교체 비용은 정부로부터 일부 보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무임승차 손실액의 국비 보전"이라며 "지금 당장 코레일 수준만큼의 국비 보전이 어렵다면 낮은 비율로 시작해 점차 보전액을 늘려가는 방향으로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를 포함한 전국 6개 광역시 교통‧도시철도공사는 정부에 무임승차 손실액의 국비 보전을 위한 법령 개정을 꾸준히 요청해 왔다. 이와 관련한 법안으로 현재 도시철도법(민홍철·조오섭·이은주 의원 발의),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이은주 의원 발의)이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돼 교통법안소위에서 심의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법사위에서 심의를 보류했고,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하철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분 일부를 보전하는 명목의 예산 500억 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의 막대한 손실액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지하철 요금 인상?…서울시 "서민 경제 고려하면 쉽지 않아"

    국가가 국비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요금 인상밖에 대안이 없다. 시민들이 손해를 떠안는 셈이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은 지난 2015년 현 수준(버스 1200원, 지하철 1250원)으로 인상된 후 단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2018년 제정된 '서울시 대중교통 기본조례' 14조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장은 대중교통 요금 수준의 적정 여부를 2년마다 주기적으로 분석·조정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물가 상승률, 수도권 대중교통 요금 형평성 등을 고려해 요금을 200~300원가량 인상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암초를 만나 결정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의 운영 적자 상황을 잘 알고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대중교통 요금 인상도 한 가지 방법이지만 코로나19로 서민 경제가 너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쉽지 않다. 현재 서울시의회와 계속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